<2001 세계 산업디자인 대회>명품 어우러진 `디자인 올림픽`

“가자! 디자인 선진국으로!”

 드디어 전세계에 우리의 디자인 파워를 마음껏 선보일 기회가 왔다. 제22회 세계산업디자인대회(ICSID 2001 SEOUL)가 7일 서울에서 그 성대한 막을 올린 것이다.

 세계산업디자인대회는 전세계 53개국의 151개 디자인 단체가 가입돼 있는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International Council of Societies of Industrial Design)가 2년마다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주최하는 세계 산업디자인계의 최대 행사로 일본과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번째 개최되는 것이다.

 대회 개최를 계기로 디자인 선진국으로 진입한 예가 많아 디자인계의 올림픽 또는 디자인 선진국 진입을 위한 통과 의례로 불리고 있어 이번 대회의 성패에 상당한 기대가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세계 각국에서 13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의 공동주최자인 한국디자인진흥원 정경원 원장은 “이번 세계산업디자인대회가 디자인마인드를 저변확산시키고 디자인 붐을 조성함으로써 디자인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당기리라 확신한다”며 “국내에서도 행사를 참관해 디자인의 세기를 열어가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고 행사에 거는 기대를 밝히고 있다.

 13일까지 7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성남 분당의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분산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ICSID와 함께 한국디자인진흥원(KIDP)과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가 공동주최하고 산업자원부·서울특별시·성남시·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대한항공·안그라픽스가 후원, 명실공히 국제행사의 면모를 갖췄다.

 더욱이 올해는 한국 개최를 기념해 우리의 전통사상인 ‘어울림’을 대주제로 삼았다. 어울림은 자연과 인간, 남과북, 동양과 서양 등 우주 속의 만물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뤄내는 아름다운 한마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21세기의 디자인 키워드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전세계의 철학자·사회학자·경영학자·건축가·디자이너 등 관계 인사 50여명이 주제별 강연을 펼치는 콘퍼런스는 디자인의 세기로 불리는 21세기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논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를 비롯해 포르셰 자동차의 디자이너인 독일의 악셀 탈레머(Axel Thallemer), BMW 디자이너인 미국의 찰스 펠리(Charles Pelly) 등 저명한 석학 및 디자이너들이 대거 내한, 21세기의 디자인 패러다임에 대해 강연을 펼친다.

 콘퍼런스가 종료된 후 11일에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체의 디자인센터와 경기대·국민대·서울대·이화여대·홍익대 등 대학교 및 디자인 전문회사를 방문하는 디자인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2·13일 양일간은 제22차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 총회가 열린다. 여기에서는 오는 2005년 세계 산업디자인대회 개최지 선정 및 세계 산업디자인 관련 주요 안건을 토의하게 된다.

 한편 이번 대회는 콘퍼런스와 총회 등 공식행사 외에도 특별전시회와 기업체 탐방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로 구성돼 디자인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회기간 중에는 민간 단체들이 개최하는 ‘굿 디자인 페스티벌’ ‘20세기 세계디자인전’ ‘ICSID 회원전’을 포함해 ‘디자인 포럼’ ‘국제 디자인워크숍’ ‘아시아지역회의’ 등의 부대행사와 ‘이탈리아디자인명품 100선전’ ‘LG전자 국제디자인공모전’ 등 각종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

 특히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는 굿디자인페스티벌은 우리나라의 디자인 파워를 한 눈에 보여주는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FKI)와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주최하고 산업자원부·서울특별시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삼성전자·LG전자·린나이코리아·태광산업·대웅전기산업 등 국내 전기전자업계와 현대자동차·한국타이어 등 자동차 업계 및 태평양·행남자기·쌈지·까사미아 등 가구·생활용품 업체들까지 참가, 자신들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줄 예정.

 또 디자인모올·다담디자인·퓨전디자인·탠덤디자인·누오스디자인·쥬피터프로젝트 등 국내 산업디자인 전문기업 24개사도 참여해 실력을 과시한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디자인의 발전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테마존’을 구성, 우리 디자인이 걸어온 발자취와 현황을 시대별로 보여준다.

 한편 이번 행사를 통해 개최장소인 서울과 성남이 국제적인 도시로 부각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와 관련, 공동후원자인 고건 서울시장은 “오랜 역사의 향기와 현대 문명이 조화를 이룬 서울에서 디자인 축제가 열리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깊은 일”이라며 “이번 대회가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어울림의 축제 한마당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감회를 밝혔다. 성남시도 ICSID 총회와 아시아지역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2001성남 국제디자인문화제’와 ‘2001 성남 국제 패션&주얼리 디자인페어’를 개최, 디자인도시로 거듭남을 보여주게 된다.

 이번 행사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은 ICSID 2001 SEOUL 등록사무국(http://www.icsid2001.org, 02-392-8764)으로 문의하면 행사 당일에도 등록 후 참석이 가능하다. 등록비는 학생 34만5000원, 일반 92만원이다.

 

◆인터뷰◆

◇정경원 디자인진흥원장

2001 세계산업디자인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되기까지는 한국디자인진흥원 정경원 원장의 공헌이 지대했다. 지난 9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20차 총회에서 차기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올 초 진흥원장으로 선임된 후 조직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이번 대회의 산파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정 원장은 공을 밖으로 돌린다.

 “세계산업디자인대회는 명실공히 정부와 진흥기관 그리고 디자인관련 협회와 지자체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준비한 땀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민관이 하나되어 ‘어울림’을 손수 실천해 보여준 덕택에 차질없이 준비가 마무리된 것이지요.”

 그러나 이번 행사는 진흥원에 더 많은 과제를 안겨줬다. 우리기업과 디자인계의 디자인 수준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디자인산업의 발전 목표는 크게 보아 향후 10년 내에 디자인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우선 우리 디자인의 독창성을 확립하고 우리 고유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전통문화 속에 깃든 선조들의 독특한 감성을 발굴하는데 힘쓸 겁니다.”

 

◇구자홍 전경련 디자인특별위원회 위원장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디자인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정경원 한국디자인진흥원장과 함께 이번 세계산업디자인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LG전자의 디자인 경영을 진두지휘해 오면서 디자인에 보여온 각별한 관심과 투자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그는 이번 대회기간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굿 디자인 페스티벌’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세계산업디자인대회가 디자인 전문가를 위한 행사라면 굿 디자인 페스티벌은 일반대중을 위한 행사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높아진 디자인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많은 이들이 이 행사를 통해 디자인 마인드를 향상시키고 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 부회장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디자인과 같이 소프트하고 창의적인 활동이 기업경영의 최종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경영자는 디자인 수준 제고를 위해 ‘지원은 최대로, 간섭은 최소로’라는 원칙을 지켜 창조적인 에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경우 세계산업디자인대회 집행위원장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회장으로서 이번 행사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민경우 명지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는 올 세계산업디자인대회가 디자인의 정의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지금 우리는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무의미해졌으며 가상과 현실의 구분도 모호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대 변화에 따라 디자인의 정의와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찾아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는 이번 대회의 대주제인 어울림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여서 함께 어울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전세계 모든 디자이너들의 이상이라는 것. 특히 그는 이번 대회에서 디자이너들뿐 아니라 철학·정치학·경영학·사회학 등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 대거 강연하는 것을 유심히 봐달라고 주문했다.

 “디자인은 단지 감각이나 기술을 말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거든요. 더구나 디자인의 세기로 불리는 21세기에는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디자이너들이 깊이있는 정신적 바탕을 갖춰야만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