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자인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의 예견에 따르면 미래는 감성을 파는 시대다. 감성이 부각된다면 디자인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은 자명한 이치. 이제 어떤 경영자도 디자인을 도외시하고는 상품가치를 높이기 어려워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7일부터 11일까지 5일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ICSID 2001 SEOUL 콘퍼런스는 매우 뜻깊고도 시기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21세기 디자인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를 제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권위있는 석학 50여명이 강연자로 나서 디자인의 미래를 진단하고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 덴마크의 사회학자로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인 롤프 옌센 등 사회학자를 비롯해 스포츠카 포르쉐를 디자인한 악셀 탈레머,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에치오 만지니, 미국 MIT대 교수로 최신 미디어디자인의 개척자인 이시이 히로시 등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고견을 펼칠 예정.
또한 동양과 서양, 남과 북, 인간과 기술, 남과 여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요소들의 조화를 모색한다는 뜻에서 ‘어울림(The Great Harmony)’을 대주제로 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연 첫째날에는 ‘새로운 디자인 환경의 탐구(Exploring New Design Context, Oullim)’를 주제로 미래의 디자인 가치를 형성할 사회·문화·기술·경제와 같은 환경에 대해 토론하며, 둘째날에는 ‘새로운 디자인 지평의 창조(Creating New Design Horizon)’라는 주제로 디자인교육·연구·실무·산업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탐색이 이뤄진다. 주요 연사소개 및 강연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첫째날(10월8일)-새로운 디자인 환경의 탐구(Exploring New Design Context, Oullim)
△자크 아탈리(프랑스)=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자크 아탈리는 뉴 밀레니엄을 400여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21세기 사전’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인 플래닛 뱅크의 총재로 일하고 있다. 그는 “21세기에는 정착생활에서 방랑생활로, 가족 단위의 생활에서 네트워크 생활로 삶의 형태가 바뀌게 된다”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의 생활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려 애쓰게 될 것이며 따라서 행동미학의 창출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에치오 만지니(이탈리아)=이탈리아 도무스아카데미의 디렉터였던 에치오 만지니는 환경과 디자인의 관계를 중요시해온 환경 디자이너다. 국립 환경국 과학 심사위원으로서 여러 국제위원회 및 전문가그룹에 참여해왔다. 그는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삶의 환경과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오늘날 산업제품은 혼합적·다논리적·네트워크적 시스템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자이너는 기술과 문화 사이를 조정하며 기술에 심미성과 윤리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롤프 옌센(덴마크)=롤프 옌센은 유럽 최대의 미래학 연구집단인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래학 연구소장.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저서에서 ‘미래는 감성을 파는 시대’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번 강연에서도 향후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이야기 구입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디자인은 제품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미래의 시장·기업·제품·서비스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
△김일호(한국)=김일호는 SBS 프로그램의 3D애니매이션 캐릭터인 나잘난 박사와 강다구 박사, VJ 룰루라라 기획을 총괄한 디렉터로 제1회 한국디지털 대상 최우수 중소기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상품가치 해석 및 디자이너의 역할’.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의미와 그 상품을 통해 파급된 사회현상들을 고찰하고 이들 상품의 근본 속성을 설정하는 디자이너 역할을 고찰한다.
△악셀 탈레머(독일)=독일 기계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악셀 탈레머는 언어학·심리학·논리학·홍보·엔지니어링 등 다방면에 걸쳐 수학한 엔지니어. 포르쉐사의 스타일링 스튜디오에 컴퓨터 스타일링을 처음으로 도입한 이다. 특히 공기를 이용한 환경친화적 디자인으로 세계 주요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브랜드 미학과 엔지니어링 디자인’이라는 주제의 이번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설립한 페스토사에서 브랜드 미학과 공학을 조화롭게 통합해온 방식을 흥미롭게 보여줄 예정이다.
△이시이 히로시(일본)=이시이 히로시는 홋카이도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일본 NTT의 인간공학연구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95년부터 미국 MIT대의 미디어랩에서 디렉터로 일하며 엔지니어들이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똑같은 드로잉 작업을 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탠저블 비트:사람과 비트, 원자간의 원활한 인터페이스를 향하여’라는 이번 강연에서 비트와 원자의 이원적 세계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탠저블 비트라는 신개념을 소개한다.
△자오 장훙(중국)=자오 장훙은 후난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재활용 가능한 디자인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중국의 산업디자인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번 강연에서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각광받게 된 산업디자인의 현황과 물질주의로 빚어진 환경파괴와 통제에 대해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조너선 우드햄(영국)=조너선 우드햄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디자인 역사가로 ‘트웬티스 센추리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유명 디자인은 코카콜라와 맥도날드처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21세기를 위한 디자인 역사’라는 제하의 이번 강연에서 영국 디자인위원회의 활동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우데이 아타반카(인도)=인도 봄베이에 위치한 인디아 기술연구소 교수인 우데이 아타반카는 30년 이상 디자인 교육 및 컨설팅에 종사해왔다. 제품과의 의사소통, 디자인 과정에서 정신의 역할, 디자인 교육 등에 대한 많은 글을 썼다. ‘절망적 극한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의 이번 강연에서 디자인이 진정한 세계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암릭 칼시(케냐)=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대 교수로 디자인 학위뿐 아니라 경영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기도 한 암릭 칼시는 수년간 디자인과 국제행정 분야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다국적 기업체와 국제기구 등을 대상으로 디자인 및 마케팅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현재 유엔인류정착센터의 나이로비지부 공보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환경 친화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이너의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
△라미로 토레스(칠레)=라미로 토레스는 남미 칠레 산티아고의 메트로폴리탄 테크놀로지대학 디자인학과 교수. 지난 20여년 동안 기업이미지 프로젝트 및 전시 디자인을 맡아왔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디자인 관련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현대의 산업디자인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세계 디자인계에서 소외됐던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문화가 주목받는 배경을 설명한다.
----둘째날(10월9일), 새로운 디자인 지평의 창조(Creating New Design Horizon)
△무심 스님(미국)=무심 스님은 80년 여러 나라에서 선을 보급하는 숭산 스님을 만나 84년 출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선을 수련하고 현재는 화계사에서 국제선원 지도법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 국제선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번 강연에서는 ‘대조화와 참선’이라는 주제로 중국과 한국 토착문화에 끼친 선불교의 영향과 참선에서 말하는 조화가 무엇인지, 참선의 관점으로 본 실체·형식·기능의 관계를 고찰한다.
△박종서(한국)=박종서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장이자 부사장.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로열컬리지오브아트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국내 자동차 디자인에 새로운 역사를 만든 이로 통한다. 이번 강연에서 ‘상생디자인을 통한 새로운 디자인가치 고찰’이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도구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한 상생적 디자인론을 펼친다.
△빌 모그리지(미국)=빌 모그리지는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디자인 환경도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 개발에 있어서도 이러한 인터넷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창조력을 배가시킬 수 있으며 사이버 세계의 새로운 도전이 우리의 디자인 잠재력을 더욱 배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옵스비크(노르웨이)=노르웨이의 디자이너 피터 옵스피크는 “인간의 신체는 앉아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냥하기 위해 발달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입식에 알맞게 만들어진 인간의 신체가 좌식으로 변형하게 된 과정과 이를 되돌리기 위한 차세대 가구디자인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유리오 소타마(핀란드)=유리오 소타마는 핀란드 디자인대학의 인테리어 건축 및 가구 디자인학과 학장. 헬싱키 가상 커뮤니티개발에 참여했으며 국가의 디자인 정책 개발과 핀란드 이노베이션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지역 개발에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 논의한다. 물리적인 네트워크(장소 공간), 정보 네트워크(유입 공간), 지식 네트워크(아이디어 공간)의 통합이 지역개발에서 왜 중요한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줄 예정.
△찰스 펠리(미국)=40년 이상 디자인산업에 종사해온 찰스 펠리는 BMW3시리즈와 X5 스포츠카 디자인을 통해 한층 수준높은 자동차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디자인웍스의 창시자로 한때 집 차고에서 디자인 사업을 초라하게 시작했으나 디자인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인정받아 그의 회사를 세계 10대 디자인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번 강연에서는 과거의 직선시대에서 현재의 나선시대를 거쳐 미래에 도달할 네트워크시대에는 디자인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조동성(한국)=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인 조동성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국제자원론·재미있는 경영이야기·이제는 전략경영시대 등 50여권의 저술을 통해 경영혁신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디자인 경영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디자인산업의 4단계 혁명’이라는 주제로 형식적이고 시각적인 특성보다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정신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디자인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크누드 홀셔(덴마크)=크누드 홀셔는 덴마크의 디자이너로 코펜하겐의 로열아카데미 오브 파인아트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조명·욕실용 가구·거리 환경시설물 등을 디자인해 IF상, I.D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훌륭한 디자인은 단순한 쓰임새를 뛰어넘어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문화적 다양성에 형태와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과제”라고 말한다.
△리처드 부캐넌(미국)=카네기멜론대 디자인학부 교수인 리처드 부캐넌은 인터액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플래닝을 가르친다. 그는 특히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논리적 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인터액티브 디자인과 시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왔다. 이번 강연에서는 정보가전의 등장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인터액티브 디자인에 대해 집중 설명한다.
△하라다 아키라(일본)=하라다 아키라는 일본 쓰쿠바대학 예술디자인학부 교수로 KANSEI 평가구조의 모델제작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고 있다. 가상공간과 관련한 감성정보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강연 주제는 21세기를 향한 디자인과 과학의 통합. 로봇과 데이터베이스 등 첨단기술을 현장 디자인 분야에 적용, 이용하는 과정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엘리자베스 샌더스(미국)=엘리자베스 샌더스는 사회학자이자 디자인 컨설팅 전문가로 지난 20년 동안 소비재와 컴퓨터 제품에 관한 디자인 활동을 개척한 선구적인 인물이다.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디자인학과 교수. 이번 강연 주제는 ‘새로운 디자인 공간’으로, 네크워크화된 새로운 디자인 환경에서는 디자이너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디자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그렇게 돼야 함을 보여준다.
10월 10일-어울림, 디자인 가치의 공유(Sharing Design Values)
△민철홍(한국)=민철홍은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 디자인학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초대작가, 심사위원으로 우리나라 산업디자인 분야의 활성화에 앞장섰다. ‘왜?라는 물음, 그리고 창조성의 가치’라는 주제의 이번 강연에서 그는 그동안 추구해온 산업디자인의 가치가 무의미하지 않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기로 나아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