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척 여부에 따라 황금 수출선으로 탈바꿈될 수 있는 일본 빠찡꼬용 금융자동화시스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금융자동화시스템업체인 파이컴이 일본 성인오락실에 들어가는 자동환전카드시스템(ATM)을 최근 첫 수출한 데 이어 미래, 유일반도체 등 금융자동화시스템 업체들이 일본 빠찡꼬업계와 잇따라 관련기기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본 빠찡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 빠찡꼬 시장규모=일명 빠찡꼬로 불리는 성인오락기산업은 지난 50년대초 사행성 오락기기로 첫 등장한 이래 매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연간 매출 20조엔, 일본 전체 오락관련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내 빠찡꼬업소는 총 1만7000개, 연 1회 이상 빠찡꼬업소 이용고객수는 3000만명에 이르러 명실공히 일본 남녀노소가 즐기는 국민오락인 셈이다. 빠찡꼬 시장은 재일동포가 기계제조에서 리스, 유통, 운영까지 80%를 장악하고 있다. 빠찡꼬관련 금융자동화시스템의 시장규모는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오락기 전용 ATM은 손님이 빠찡꼬를 통해 딴 경품카드를 점포 밖에서 정산하는 작은 은행기능을 수행하는데 일본내 기기 예상수요는 약 4000대, 대당 수출가격은 1억원이 넘어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요금카드처리기(ACM:Automatic Card processing Machine)는 성인오락실 내에서 현금 대신 쓰는 요금카드를 다루는 금융기기인데 최근 일본 빠찡꼬업계는 위조된 요금카드가 나돌며 심각한 매출피해를 겪자 약 4조원의 비용을 들여 전국 오락업소에 복제가 불가능한 신형 ACM을 설치키로 결정했다.
◇누가 움직이나=파이컴(대표 이억기 http://www.phicom.com)은 최근 일본 소닉미디어사와 오락실용 ATM 25억엔, 300억원 어치의 2차 수출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일본 시장공략에 들어갔다.
파이컴측은 일본측 파트너인 소닉미디어사로부터 이미 ATM 67대 분량의 1차 수출주문을 확보하고 초도수출을 시작했는데 일본 현지에서 제품시연 및 로드쇼를 적극적으로 펼쳐 연말까지 ATM 300대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래(대표 최영신)와 유일반도체(대표 정주하)는 일본내 빠찡꼬기기 480만대에 각각 장착될 ACM 시장을 두고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미래는 다음달부터 경기도 이천에 월 10만대 규모의 ACM 생산라인을 가동해 연간 100만대 이상의 ACM을 일본 오락기기 전문업체인 키와코퍼레이션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핵심부품인 지폐인식모듈, 카드처리모듈 국산화를 위해 벤처기업과 공동연구를 추진중이다.
유일반도체도 일본 소닉미디어에 15만대의 ACM 주문을 확보하고 오는 11월부터 경기도 용인의 반도체기기 생산라인 일부를 개조해 본격적인 ACM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유일반도체측은 ACM의 일본 수출가격이 대당 100만원이 넘기 때문에 내년도 빠찡꼬관련 ACM 수출이 본궤도에 들어갈 경우 이미 확보한 주문물량만 갖고도 1500억원대 매출달성은 무난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망=일본 빠찡꼬용 금융자동화시스템 시장은 국내 금융자동화업계가 군침을 삼켜온 미개척 수출 시장이다. 빠찡꼬 기계는 지난 50년간 일본내에서만 조달됐으나 이번처럼 해외에 대거 발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국내 업체들의 마케팅활동 여부에 따라 향후 수출 전략시장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도박이란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많은 국내 업체들이 빠찡꼬관련 시장진입을 꺼리거나 우회적인 용어를 쓰는 사례가 많지만 빠찡꼬는 이미 일본사회에서 합법적인 오락산업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라면서 “향후 빠찡꼬관련 기기를 새로운 대일수출상품으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