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어느날. 장소는 실리콘밸리 근교에 있는 샌타클래라. 주최는 ‘처칠클럽’. 모임의 주제는 ‘인터넷피아의 미래’와 ‘모바일 세계’였다. 그렇고 그런 모임으로 치부해도 좋겠지만 스태프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바일게임업계에서 명함만 내밀면 통하는 그런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PDA의 거인, 팜의 CEO 마이클 메이스를 비롯해 AT&T와이어리스의 톰 트리니어 부사장, MS의 벤 왈드먼 부사장, 모바일아리아의 미첼 오레 사장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음 날짜 샌프란시스코크로니콜(www.sfgate.com)은 이 모임을 상세히 소개해 ‘처칠클럽’의 위상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벤 왈드먼 부사장은 “지금까지는 휴대폰과 PDA, 노트북 등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각각 다른 모뎀을 사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불편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자동차 기반의 텔레매틱스에 모바일게임을 접목시킨 미첼 오레 사장은 “모뎀이 통일되면 모바일시장에서 게임은 디지털 콘텐츠 세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가장 정확한 수익모델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메이저 모바일게임업계의 동향과 전망을 유추할 수 있다. 더욱 현실적인 것은 모바일게임업계의 대부격인 반다이의 스기우라 유키마사 회장의 글로벌 마케팅 전술이다. 반다이는 NTT도코모의 i모드 신화 창조에서 모바일게임을 디지털 콘텐츠 아이템의 달러박스로 등극시킨 게임업체이기에 그들의 행보 모두가 벤치마킹 이상의 주목 대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미있게도 한국을 실행무대로 삼아 눈길을 끈다.
반다이는 지난 7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매스컴 담당자와 관련업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다이GV’ 설립을 발표하면서 설립배경과 가치사슬 아이템을 밝혔다.
이제 IT혁명에 힘입어 통신과 방송의 구분이 모호해지자, 반다이는 국경의 의미마저 사라진 자리를 글로벌 전략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그대로 시장개척의 기회로 본 것이다. 캐릭터가 게임으로, 게임이 다시 영화로 제작되는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수많은 게임 마니아의 트렌드로 파악한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반다이는 KDDI의 ‘au’에 제공한 모바일게임 콘텐츠를 다시 손질해서 아동용 게임의 교육화에도 열중하고 있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에서 아동의 정서함양과 학습효과를 높여주는 그런 게임으로 가치사슬 확보에다 확실한 수익모델까지 얻어내고 있음이 더욱 그렇다.
이를 지켜본 ‘캐릭터 비즈니스’의 저자 스치야 신타로의 충언은 오늘따라 우리 가슴을 친다.
“무엇보다도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없으면 모바일게임의 캐릭터는 단명하기 쉽다.”
“완전한 오리지널 모바일게임과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가능성을 찾으려면 다양한 소재를 살피거나 해외 파트너를 물색해 이를 함께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방법론을 알아봐야 한다.”
우리는 여기까지 세계 모바일게임업계의 양대 산맥인 미국의 모바일아리아와 일본 반다이의 동향 및 전망을 살펴보았다. 그들 역시 모바일게임의 기본인 캐릭터와 스토리에 충실한 다음 글로벌 개념으로 확대, 해외시장 개척에 핵심역량을 모으는 것에 필사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이너 모바일게임업체의 비전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이나 놀이기구가 아니다. 창의력 배양의 도구로써 문화산업의 한 분야임을 자각하는 순간 바로 당신은 메이저 모바일게임업계의 일원으로 도약이 보장받게 된다.
‘처칠클럽’이 유명한 것도 공동체 운명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것에서 진가를 발휘했음을 새롭게 기억하고 또 그렇게 믿을 필요가 있겠다.
<한국문화콘텐츠학회 홍보이사 임은모 adim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