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개인휴대단말기(PDA) 사업을 놓고 운용체계로 팜OS, 리눅스, 윈도CE 플랫폼 빌더 외에 새로 마이크로소프트의 PDA전용 운용체계인 포켓PC까지 수용키로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그동안 일관되게 견지해 온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 전략에서 벗어난 데다가 개발주체인 정보통신사업본부와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보여 향후 사업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질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김병국 글로벌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최근 해외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에 포켓PC를 탑재한 PDA를 출시, 전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포켓PC 운용체계를 채용해 PDA를 개발하는 사업주체는 정보통신사업본부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PDA사업은 이동전화단말기 부문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사업본부에서 이동전화단말기 기반의 PDA인 스마트폰을,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에서는 윈도CE 플랫폼 빌더를 운용체계로 탑재한 PC기반의 PDA를 개발중이다.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의 경우 지난 3월 진대제 사장 직속의 PDA, 웹패드 등 포스트PC 사업을 총괄하는 PIC(Personal Internet Computing) 사업부를 새로 구성하고 진대제 사장이 이를 직접 챙기는 등 PDA를 수종 제품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정보통신사업본부가 포켓PC 기반의 PDA를 개발키로 함으로써 각 사업본부간 과열경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포켓PC 운용체계는 현재 PIC사업팀이 개발중인 윈도CE 플랫폼 빌더와 거의 유사한 운용체계로 PDA에 더욱 적합하게 설계된 임베디드 운용체계다. 컴팩의 아이팩이나 HP의 조나다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용체계를 탑재해 히트한 제품은 모두 포켓PC 운용체계를 채택했다.
따라서 PIC사업팀은 첫 제품은 윈도CE 플랫폼 빌더를 기반으로 선보이되 향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포켓PC 운용체계를 채용해 PDA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대해 PIC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보통신사업본부에서 포켓PC 기반의 PDA를 개발중이라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며 의아해했다.
실제로 PIC사업팀이 정보통신사업본부로부터 이동통신기술부문을 지원받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등 양 사업본부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또 삼성의 내부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운용체계로 제품개발이 진행돼 힘의 결집이 약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사업본부와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가 접근하는 방식과 타깃시장도 달라 당분간 양 사업부에서 PDA사업을 각자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개발당시에는 사업부간 경쟁이 있더라도 최종 사업단계에서는 영역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