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가을엔 비디오여행 떠나요

가을로 성큼 다가선 10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흥행대작을 기대한 비디오 마니아들은 다소 낭패한 표정을 지어보일 수 있겠다. 이달에는 이른바 흥행대작보다는 중박급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다소 과장된 액션과 스토리에 식상해 있는 마니아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은 꽤 있다. 또 과거에 화제를 모았던 추억의 명화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명화 컬렉션의 묘미를 즐길 기회도 잡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늑대의 후예들’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작품으로 최근의 프랑스 영화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친구’처럼 올초 프랑스에서 개봉돼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 자국 영화 점유율 50%대를 넘기는 데 공헌한 작품이다.

 한 백작의 회상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프랑스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야수와 이에 얽힌 음모를 다루고 있다. 1766년 프랑스 남부의 한 산악지대인 ‘제보당’이 그 무대. 이 곳에는 몇 년 전부터 정체 모를 야수가 출몰해 여자와 어린이만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은 늑대의 짓으로 여기고 애꿎은 늑대들만 잡아들인다.

 이 와중에 프롱삭 기사는 백작의 딸(에밀리 드켄 분)과 사랑에 빠지고, 이런 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그녀의 오빠(뱅상 카셀 분), 그리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프롱삭을 유혹하는 창녀(모니카 벨루치 분) 등이 그의 주변을 맴돈다.

 무엇보다 장대한 스케일과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영화다. 시종일관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 속에서 내장까지 드러낸 벌거벗은 시체나 여성의 나체가 눈 덮인 설원의 굴곡과 이어지는 장면, 장시간 할애되는 액션신 등 볼거리가 쏠쏠한 편이다.

 이달의 또다른 화제작은 차승원, 이성재, 김혜수 주연의 ‘신라의 달밤’이다.

 10년 전, 전설적인 고교 짱 최기동과 소심한 모범생 박영준은 경주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휘영청 달이 밝은 그 날 밤, 두 사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을 겪으면서 운명이 180도 바뀌게 된다.10년 후 경주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동과 영준. 고교시절 전설의 짱이었던 최기동은 다혈질 체육선생이 돼 있고, 소심한 모범생이자 왕따 당하던 박영준은 엘리트 깡패가 되어 만난다.

 독특한 소재의 코미디 영화를 감상하려면 섹시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하트 브레이커즈’와 중세의 인물들이 현대로 떨어지면서 겪는 좌충우돌 코미디 ‘저스트 비지팅’이 압권이다.

 ‘하트 브레이커즈’는 시고니 위버와 청춘스타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타고난 사기꾼 모녀로 등장하는 코미디물.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에는 진 해크먼, 레이 리오타, 제이슨 리, 제프리 존스, 앤 밴크로프트 등이 출연한다. 모녀지간인 맥스와 페이지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전문 사기꾼 커플이다. 맥스가 부유한 남자들에게 접근해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결혼하고 나면, 페이지가 나서 그들을 다시 유혹해 맥스에게 이혼사유를 제공, 위자료를 챙기는 것이 그들의 사기수법.

 장 르노,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주연의 ‘저스트 비지팅’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코믹 액션물.

 12세기, 영국의 공주 로잘린과 사랑에 빠진 프랑스 기사 티보. 온갖 닭살 멘트로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은 결혼을 앞둔 행복한 커플이다. 그러나 로잘린의 왕국을 노리던 워릭 백작의 사악한 음모로 티보는 환영에 사로잡혀 그의 사랑 로잘린을 죽이게 된다. 절망에 찬 티보와 그의 하인 앙드레에게 마법사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눈 딱 감고 마법의 약을 마신 티보와 앙드레, 요란스럽게 시간의 터널로 그들이 사라진 뒤 마법사는 마법의 약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공포 스릴러물로는 루브르박물관에서 부활하는 이집트의 악령을 다룬 ‘벨파고’와 구멍에 빠져버린 4명의 청소년들이 겪는 공포를 다룬 ‘더 홀’이 관심을 모은다.

 소피 마르소 주연의 ‘벨파고’는 프랑스 영화계의 기대주 장 폴 살로메 감독의 신작으로 ‘택시’ 시리즈로 국내에도 얼굴이 잘 알려진 알린 프레데릭 디팡달이 상대역을 맡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이집트 미라의 악령 벨파고가 연구진의 조사 도중 깨어나 전시장을 온통 공포로 몰아간다. 벨파고는 공사장 통로를 통해 우연히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은 여인 리사의 몸 안으로 들어가 부활한다.

 리사 역의 소피 마르소는 평범하면서도 사랑스런 파리지엔과 광기를 부리는 공포의 여인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더 홀’은 ‘아메리칸 뷰티’의 도라 버치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물. 지하 벙커에 갇힌 4명의 학생 중 하나만이 살아 돌아오면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유일한 생존 학생 리즈의 증언으로 책임자가 밝혀지지만, 진실은 언제나 그렇듯 저 너머에 있다. 질시와 반목, 그리고 광적인 집착 등 10대에게서 볼 수 있는 복잡한 감정들이 잘 나타나 있다.

 옛추억에 젖어보고 싶다면 ‘대부’ 3부작을 다시 한번 감상하는 것도 요령이다. 또 공포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 ‘엑소시스트’ 무삭제판이 나오고 ‘지옥의 묵시록’ 원작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한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도 올드 영화팬들을 찾아 나선다.

 이들 작품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엑소시스트’는 과거에 삭제됐던 장면들이 복원됐고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는 원작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돼 전편과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