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 생산장비 업계의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최근의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내년도 경영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PCB 생산장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0대 PCB업체 중 대다수는 내년에 노후설비 교체 등 최소한의 보완 투자만 실시할 뿐 대규모 신규설비 투자계획은 거의 보류하거나 철회할 방침을 갖고 있어 내년 국내 PCB 생산장비 시장은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B 생산장비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측되자 생산장비 업체들은 해외 시장개척 등 활로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내년 PCB업계 투자 기상도=대덕전자·삼성전기·LG전자·코리아써키트 등 주요 PCB업체들의 내년도 경영계획 기조는 한결같이 보수경영 일색. 보수경영보다는 오히려 비상경영이라는 말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 표현이다.
대덕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휴대폰을 비롯해 메모리모듈·네트워크시스템·통신시스템 등 주력 제품의 세계 경기가 침체를 거듭할 것으로 보여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면서 “설비 투자의 경우 올해말에 집행키로 한 빌드업기판용 레이저드릴 투자도 전면 보류했으며 내년 투자는 사실상 백지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전기와 LG전자의 경우 내년도 설비 투자는 거의 말도 못 꺼낼 정도라는 것.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플립칩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을 겨냥한 투자는 선행돼야 하나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불투명으로 내년 투자계획은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올초 대규모 신규설비 투자를 마무리한 코리아써키트의 경우 당분간 대규모 설비 투자는 기대하기 힘들고 페타시스도 네트워크시스템 경기 부진으로 신규공장 설립계획을 전면 보류해 놓고 있다.
◇해외로 눈돌리는 장비업계=올초부터 내수 시장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밝힌 OTS테크놀러지의 안민혁 사장은 “기존 수출 시장인 미국·유럽 시장에 대한 마케팅력을 강화하고 신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개척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중국 PCB산업은 세계적인 불경기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설비투자도 활발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선전에 종합 PCB 생산장비 공장을 설립한 에덴기계의 이연우 회장은 “내수 PCB 생산장비 시장이 회복되려면 앞으로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면서 “국내 PCB장비업체와 공동으로 턴키베이스식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중국에서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PDP장비 등 연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업체=사업 다각화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PCB 생산장비 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습식장비 전문업체인 SMC는 PCB장비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PDP 패널용 습식장비 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아래 연구개발 인력을 PDP패널용 도금장비 개발에 집중 배치했다.
이수재 SMC 사장은 “PCB와 PDP는 도금등 습식 생산공정이 엇비슷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면서“올해말경 상용시스템이 출시되면 경영에 다소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OTS테크놀러지·아텍에지니어링도 PDP 유리용 글라스 코팅 라미네이터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한송하이테크도 PDP용 장비 분야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문현 한송하이테크 사장은 “PDP 등 연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불황을 타개해 나가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지만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조심스럽다”면서 “그렇다고 본업인 PCB 장비 시장이 회복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