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 한솔CSN 사장
“오이 30상자 보내 드렸습니다.”
강원도 횡성에서 오이 재배를 하는 한 농민이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은 상품을 보낸 후 그 결과를 다시 고객에게 e메일로 보내준다는 TV광고를 본 적이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모델로 나온 농민의 웃음이었다. 건강한 웃음 속에 인터넷이라는 이기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냈다는 기쁨이 가득찬 표정이었다.
인터넷은 시골에 있는 농어민도 돈을 벌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 전혀 불리하지 않다. 그러나 이 도구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모델의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에 못지 않은 물류서비스의 수준이다.
그러면 물류가 왜 중요한지, 왜 돈이 되는지 오지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분을 예로 삼아 살펴보자. 제품의 판매를 단순화시키면 생산·영업·배송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청정무공해 지역에서 자란 상품이니 상품의 매력도는 최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영업은 인터넷을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아무리 먼 거리에 있더라도 한밤중에 주문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셋째, 마지막으로 이 상품을 저렴한 배송비용으로 적시에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 더 나아가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보내줄 수 있는 수준까지 배송의 질을 끌어올린다면 이러한 사업모델은 급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부문에 고비용·저품질 서비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순한 배송 차원의 수준을 넘지 못하다 보니 고객은 주문한 상품이 언제 도착할지 몰라 무작정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또한 물류표준화·공동배송 등 물류체계가 미흡하다 보니 배송비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생산자는 고물류비용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러나 나라의 물류체계를 잘 구축하면 생산자는 배송비가 낮아짐으로써 이익이 더욱 늘어나고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 21세기의 물류는 개인·기업·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이익은 물건을 팔아서만이 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물류도 마찬가지다. 물류는 배송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방대하다.
세계적인 커피 제조업체 겸 판매업체인 스타벅스, 배달회사의 대명사 페덱스, 유통업계의 별 월마트를 비롯해 GE·델컴퓨터 등 이른바 각 업종의 선도업체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유기적으로 결합된 완벽한 인터넷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물류관련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업계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했음을 기억하자.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물류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의 물류비는 기업매출액 대비 6∼6.5%선으로 우리나라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물류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공동화돼 있는데다 기업들도 생산과 영업 부문에서 승부를 내려고 하고 배송은 철저하게 공동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DSL의 수백배 용량인 광섬유망으로 모든 가정을 실핏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전자상거래 강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실제로 디지털 고속도로가 전국 읍면에도 깔려 있고 2005년에는 산간오지까지 연결되는 완벽한 초고속정보망을 갖춘다. 여기에 위성방송은 내년에, 동영상 휴대폰 전화서비스도 조만간 시작된다. 디지털경제를 위한 토양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한국형 물류망’을 정부가 주도해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로율을 높이고 항만·공항·철도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물류를 중심으로 물류혁신을 하는 것이 최상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물류에 도입하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가져다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 하는지 물류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공동배송·물류표준화만 이루더라도 혁신적으로 물류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
이렇게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국가e물류망’이 구축된다면 그 열매는 산간오지의 국민부터 기업, 나아가서는 국가경쟁력의 든든한 허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