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경제성장은 미 테러사태 이전부터 둔화세를 보였다. 그러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이후 지금, 라틴아메리카의 경기침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멕시코부터 칠레에 이르는 중남미 국가들은 거의 제로 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만일 아르헨티나가 재정적으로 파산을 맞고 그로 인해 브라질 경제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앞으로의 경제 전망은 더욱더 어두워질 것이다. 남미 경제의 장기침체는 남미 전지역에 걸쳐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혼란을 증가시킬 것이다.
대다수의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자유시장 혹은 ‘신 자유주의’를 부패, 가난, 그리고 급격한 경기침체와 동일시 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유시장 정책과 개방 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정당에 등을 돌릴 것이다. 니카라과와 브라질에서는 벌써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남미 경제는 외채에 상당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미 테러로 야기된 전세계 금융혼란에 취약한 상황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자본부족 사태는 적어도 2002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침체, 이와 동시에 진행되는 유럽과 일본의 경기 침체, 그리고 급격한 감소를 보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외국의 직접적 투자, 이 세 가지 요인이 혼합돼 나타날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대부분의 부채상환을 2003년까지 연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도밍고 카발로 경제부 장관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일간지인 클라린에 ‘세계 경기침체는 아르헨티나의 경제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테러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조기 경제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신중한 발언은 130억달러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외채의 상환일정을 재조정하려는 공식적인 첫번째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것은 10월 14일 치러질 총선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카발로 장관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이제는 ‘제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며 정부 지출 부문에서의 보다 많은 삭감을 제시했다. 공공 지출은 ‘제로 적자’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 벌써 13% 삭감했고 정부는 국회가 내년 예산에서 60억달러의 추가삭감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지속적인 경기침체는 벌써 4년째로 접어 들었고, 실업률은 16%로 치솟았으며 인기 없는 대통령은 증가하는 파업과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예금지급 불능 상황이나 평가절하 상황을 우려한 예금주들이 계좌의 잔고를 모두 인출해 현금으로 보관하려는 소비자 불안 심리는 금융위기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겁먹은 예금주들이 총 은행예금액 중 11.6%를 인출한 올 8월에 거의 일어날 뻔했다. IMF로부터 긴급 수혈된 80억달러로 아르헨티나 은행의 인출 사태를 견뎌내고 채무불이행 상황을 지연하긴 했지만 더이상의 IMF 긴급융자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카발로 장관은 연정인 급진시민연합(RCU)과 프레파소당이 통치 능력에서 무능함을 보였다며 10월 14일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군소 공화행동당을 이끄는 카발로 장관은 브라질이 평가절하 정책을 유지해 나간다면 브라질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중반쯤 브라질의 중앙 은행은 2001년 자국의 성장전망을 4.5%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아르미니오 프라가 중앙은행 총재는 수정된 목표조차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테러공격이 있기 전 중앙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브라질 민간 경제학자들이 예측하던 성장률은 평균 1.7%였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줌에 따라 브라질 경제는 올해말까지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신발, 휴대폰, 그리고 자동 부품 등 브라질의 12개 수출 품목을 수입하는 최대 7개 국가 중에서도 가장 큰 수입국이다. 미국에서의 브라질 수출품목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루과이 대통령에 의하면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그리고 우루과이의 외무부 장관들은 지난 9월 24일 워싱턴에서 미 무역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시장 접근이 미국과 Mercosur 사이에 이뤄지는 최초의 공식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됐다. 그러나 미국 반덤빙 법과 같이 브라질에서 가장 중대한 사항은 언급되지 않을 것이므로 어떠한 타개책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총 수출의 80%를 미국에 수출하는 멕시코에서는 기예르모 오르티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3분기에는 제로 성장 경제를 예상하고 4분기에는 경제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BBVA 멕시코 은행은 작년 경제 성장률이 6.9%를 나타낸 것에 반해 올해는 0%에서 0.4%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중반기까지 지속될 미국 침체는 멕시코의 경기침체를 2003년까지 연장시킬 것이다. 멕시코의 희망사항 중 하나인 미국과의 이민우선협약 체결도 테러로 무산됐다.
미국에 총 수출의 18%를 수출하는 칠레와 총 수출의 절반을 미국에 수출하는 콜롬비아는 곧 미국의 불황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크거나 혹은 가장 부유한 국가의 침체 혹은 경기위축이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파문은 다른 국가로 신속히 번질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상승할 석유가격 덕분에 유일하게 타격을 덜 입을 나라일 것이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신흥시장의 위험상황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저하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천국으로 인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