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PC제조 업체들이 4일부터 일제히 윈도XP 운용체계를 탑재한 PC를 내놓고 판매경쟁에 돌입한 반면, 조립PC 업체들은 윈도XP 채택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조립PC 업체들로 구성된 일선 컴퓨터 집단상가에서 윈도XP가 기존의 윈도98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립PC 업체들은 브랜드PC 업체들이 윈도XP 탑재 PC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4일까지도 조립업체(시스템빌더)용으로 공급되는 윈도XP(DSP버전)의 가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DSP버전 윈도XP의 공급도 브랜드PC 업체들보다 일주일 정도 뒤늦은 이번주부터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립PC 업체들이 윈도XP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이 브랜드PC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윈도XP의 가격이 윈도98에 비해 비싸고 설치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변기기 업체들의 드라이버 지원도 완벽하지 않아 당분간 윈도XP PC를 찾는 고객들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립PC업체들은 윈도98을 탑재한 제품의 판매확대에 비중을 둔다는 계획이며 제조업체들의 윈도XP 탑재 PC의 판매상황을 지켜본 뒤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나라시스템·엠에스테크·테크비지니스랜드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DSP 3사가 지난 8월 중순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등지에 윈도XP 테스트센터를 개설했지만 이곳에서 윈도XP 호환성 테스트를 받은 업체는 최근까지 2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의 조립PC 업체수가 적게 잡아도 1000여개 넘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저조한 실적이다.
권영화 용산상점가 진흥조합 이사장은 “어차피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OS가 결정되는 것이니만큼 윈도XP의 확산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나진상가에서 조립PC 업체를 경영하는 김모 사장은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윈도XP를 깔아 주겠지만 지금으로선 다루기 편한 윈도98을 권하고 싶다”며 “각종 드라이버 지원이 완벽해질 때까지 탑재를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