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를 구동하는 칩(드라이버IC:LDI)이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에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LCD업체들의 생산확대에 힘입어 핵심부품인 LDI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산 LDI의 수출(로컬 수출 포함)이 크게 늘어나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한 7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이같은 규모는 올해 24억달러로 예상되는 세계 LDI시장의 30%에 달하는 것이다.
국산 LDI의 수출호조는 기술력이 향상된데다 NEC·옵트랙스 등 주요 경쟁사 제품에 비해 성능대비 낮은 가격을 앞세워 대만 등 신규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LDI의 가격도 하락하고 있으나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수요가 안정적이라는 것이 이 사업의 장점”이라며 “성장세가 지속되면 오는 2003년께는 국산제품이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LDI가 수출 주력제품으로 부상하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바지 마케팅 총력전에 들어갔으며, 토마토LSI·실리콘웍스·픽셀칩스 등 반도체 벤처기업들도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과 생산을 통해 시장진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LDI부문에서 4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올해 자사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용 물량이 급증하면서 약 5억달러의 매출을 자신했다. 이 회사는 일본 등 컬러 이동전화가 빠르게 보급되는 시장을 겨냥해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 LCD)용 제품의 공급도 추진중이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박종섭)는 지난해 구미공장을 0.25미크론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해 LDI제품의 양산에 들어가 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들어 지난달까지 1억4600만달러를 달성했다. 이 회사는 분사한 하이디스(전 LCD사업부문)와 LG필립스LCD에 이어 일본 샤프 등으로 거래선을 확대해 4분기에만 62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 올해 2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흑백과 4그레이 스케일 등 4종류의 소형 STN LCD용 LDI를 출시한 토마토LSI(대표 신명철·최선호)는 대만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 올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는 올해말 일본 세이코와 공동으로 차세대 저온 폴리 TFT LCD용 구동IC를 개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국내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중대형 TFT LCD용 구동IC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지난 4월 TFT LCD용 구동IC를 개발한 실리콘웍스(대표 한대근)는 최근 패널업체와 시제품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제품 양산을 위해 일본업체와 협의중이며 이르면 올해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픽셀칩스(대표 안광수)는 유럽 반도체업체들과 TFT LCD용 구동IC를 설계해주고 로열티를 받는 협상을 진행중이며 연말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프로젝션TV 등에 사용하는 고온 폴리 TFT LCD용 구동IC를 자체 개발해 패널업체와 공급할 예정이며 TFT LCD용 신개념 구동IC를 국내업체와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