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기업의 B2B 투자는 업종별로 세분화·구체화돼야 합니다. 무분별한 과잉투자는 오히려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기기 제조업체 이트로닉스의 강용국 상무(46)는 기획, 감사, 경영혁신팀을 두루 거친 CIO답게 기업의 B2B 투자는 철저한 경영개선 차원에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이 회사 CIO로 부임한 강 상무는 타기업들의 인프라 구축 바람에도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난 97년 구축한 CS환경의 자체 시스템을 통합망으로 개선시키는 쪽으로 내부 프로세서 선진화를 일궈냈다.
B2B 자체를 아직까지는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그이지만 e비즈니스를 해야한다는 의지 만은 강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온라인 구매망 구축에서부터 e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그의 책상은 e비즈를 통한 업무 혁신자료로 쌓여있다.
이러한 노력에서인지 강 상무가 밝히는 B2B론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 “B2B는 결국 기업의 원가절감입니다. 아직 B2B가 적극 활용되지 않는 것은 원가절감에 대한 기대감보다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겠지요”
최근 그의 고민은 온라인 조달망을 통해 경비절감을 추진하는데 있다. 불용성자재를 시작으로 전체 부품으로 확대시킨다는 이 프로젝트는 그가 그리는 e비즈의 밑그림이기도 하다.
“태광, 아남 등 오디오 특화업체들을 규합해 온라인 공동구매 및 판매를 실현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각사 전략적인 부품에 대해서는 공동구매가 어렵겠지만 유용자재 가운데 조달이 용이한 것은 온라인으로 가능하지 않겠습니
까.”
신중한 그가 이러한 발상을 하기까지는 충분한 시장조사와 원칙이 강조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고경영자 역시 그런 강 상무의 결정에 언제나 지지를 보낸다는 후문이다.
“원칙에 따른 결정은 화려함은 없지만 후회를 남기지 않더군요. 때문에 e비즈 역시 제 나름대로의 원칙론에 따라 선택과 집중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국내 B2B의 활성화를 위해 중견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현재처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별로 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견기업 만의 역할론은 무의미하다”고 꼬집는 그에게서 말로 e비즈를 다하는 듯한 일부 기업들의 CIO와는 다른 면모가 엿보인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