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5일 가격제한폭까지 폭등하며 1095원으로 장을 마쳐 다시 1000원대 주가로 올라섰다. 하이닉스가 네자리수 주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13영업일만이다.
이날 하이닉스의 주가 강세는 전날 채권단이 3개월간 채무동결 및 채권단 공동관리안을 발효하며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전날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 LCD) 사업부문의 매각을 구체화한 데 이어 이날 맥스터 지분매각을 발표하는 등 자구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하이닉스반도체의 채무동결 조치로 생존 가능성이 한단계 높아졌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상향조정했다. 일단 3개월간 금융권 채무를 유예받음으로써 올해안에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은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자구안도 당초 계획과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크게 두가지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 자구노력 가운데 △구조조정부문은 단말기와 ADSL·시스템 사업부문을 이미 분리했고 AS사업부 등 반도체 이외의 사업을 정리해 왔으며 △자산매각부문의 경우도 영동사옥과 수처리시설 매각 등 당초 계획했던 부문은 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하이닉스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기업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출자전환과 신규 지원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가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익 확보를 위한 반도체 현물경기 회복도 아직은 미세한 신호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날 하이닉스반도체 주가의 급등은 하이닉스가 최소한 올해까지는 최악의 상황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투기적 매수세가 몰려든 결과”라며 “채권단간 이견 조율 등 아직 산적한 문제들이 많고 부도가 나지 않는다고해서 회사가 꼭 정상화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신규자금지원을 포함한 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채권단 협의회를 다음주중 개최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과 한빛은행 등 주채권은행은 1조원의 신규자금지원, 3조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을 골자로 한 채권은행간 세부조율을 거칠 예정이다. 하지만 채무만기 연장까지는 동의했던 주택·한미·신한은행 등이 신규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른 시일내 확정안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서도 현재 영업이익을 얻지 못하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채무만 유예해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신규자금 지원여부가 향후 하이닉스의 진정한 회생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채무연장으로 생존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으며 향후 반도체 경기 회복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보다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