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이란 다른 사람 물건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 자기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장만하는 현명한 경제활동입니다.”
계측기 렌털업체인 한국렌탈의 신임 사령탑을 맡은 정태영 사장(47)은 요즘 사업전략을 새로 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닥이 안 보이는 정보기술(IT)경기 침체로 주요 대기업과 기술연구소의 정밀 계측기 임대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80년대부터 렌털사업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계측기 렌털시장의 미래에 대해 논리정연한 낙관론과 비전을 펼쳐 보인다.
“렌털은 선진국형 사업입니다. 억대를 넘는 첨단 계측기기의 경우 직구매보다 임차하는 편이 당연히 기업체나 국가경제측면에서 효율적이죠. 경기가 어려울수록 각종 연구설비의 아웃소싱(계측기 렌털) 추세는 보편화되게 마련입니다.”
정 사장은 향후 계측기 렌털시장의 성장추세가 반드시 업계의 수익증대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난 몇 년간 경쟁업체가 계속 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계측기 렌털시장에도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이 심화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낮은 임대료만으로 경쟁한다면 동네 비디오 대여점과 다를 바가 없지요. 계측기의 교정과 활용교육, 한국형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고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모델을 만드는 데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무엇이든 소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국민성 때문에 연간 1조원 가까이 수입되는 외산 계측기 중 상당수가 연구실 한켠에서 먼지만 쌓인 채 방치되는 국가적 낭비를 이제는 고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밀 계측기기를 소유가 아닌 활용측면에서 인식하고 보다 많은 기업이 가치를 공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사장은 국내 고객사의 계측기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계측용 SW를 자체개발하는 등 한국렌탈을 계측기관련 토털서비스업체로 탈바꿈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세기는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 자산인 시대입니다. 경험을 축적하는 데 있어 렌털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란 인식이 산업계에도 널리 확산되길 바랍니다.”
<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