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추진중인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활용한 우체국 집배원 배달시스템 자동화 사업’의 PDA 규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조만간 관보를 통해 집배원용 PDA의 사양과 입찰 일정을 밝히고 제품공급업체 선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외부에 알려진 PDA 규격이 특정업체의 입찰 자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업체와 PDA업계의 의견수렴 창구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이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입찰 PDA의 CPU성능은 200㎒ 이상으로 하고 해상도는 320×240으로 잠정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규격은 실질적으로 인텔의 스트롱암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 운용체계(OS)를 지정한 것으로, 토종 OS와 모토로라의 드래곤볼 프로세서를 사용한 PDA업체들은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는 지난 7월말에 우정사업본부에 건의서를 제출해 △우정사업에 적합한 기준이면 어떤 제품이든 참여할 수 있도록 특정 제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200㎒ 등)을 자제해 주고 △특정 OS를 지정하지 않고, 한글·한자 지원 등 우정국 사업에 적합한 기준으로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명없이 당초안대로 진행하기로 알려져 일부 업체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격 확정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제이텔의 한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코자 하는 기능이나 성능을 제이텔 제품이 충분히 만족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향후에 불확실한 기능 추가를 이유로 CPU성능을 200㎒로 못박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성능이나 기능미비로 BMT에서 탈락하는 것은 감수하겠지만 CPU클록이 미달한다는 이유로 아예 입찰 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규격은 2월 수요예보제를 할 당시부터 일관되게 견지한 입장”이라며 “그 당시에는 어떠한 업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최근에야 이러한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또 “아직 최종 규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만일 CPU규격을 변경하게 되면 이번 PDA입찰에 참여하는 나머지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제이텔 외에도 싸이버뱅크·이노텔레텍·삼미전산 등 총 4개사가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제이텔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윈도CE기반의 PDA를 개발했거나 개발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향후 경찰청 등 다른 공공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치는 만큼 규격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단일업체에 모든 물량을 배정하기보다는 복수체제로 가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년 2월까지 1900대의 PDA물량을 시작으로 오는 2004년까지 1만50000여대의 PDA를 집배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