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경없는 장터로 기대를 모았던 전자업종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 컨버즈코리아가 지난달말 전격 폐쇄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자업종 최초의 글로벌 퍼블릭마켓 컨버즈가 새너제이 본사를 포함해 한국, 타이완 등 3개국의 컬래버레이션(협업) 거점을 전격 폐쇄한 것은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규모와 배경은 아무 소용이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자 B2B 거래에 있어 기업간의 합의점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본지 10월 5일자 12면 참조
이번 직장폐쇄 결정으로 지난 2월 컨버즈 최초의 해외법인으로 설립된 컨버즈코리아는 8개월의 수명을 끝으로 사라지며 국내에서 가장 단명한 글로벌 마켓이란 오명을 남기게 됐다. 또 글로벌 주주사로 참여했던 삼성전자는 자사 인력을 배치시키며 열의를 보였던 e마켓 사업에서 당초의 목표였던 글로벌 마켓을 통한 선진 프로세서 접목의 꿈을 접게 됐다.
컨버즈 역시 컬래버레이션과 커머스라는 두가지 서비스 가운데 커머스만을 통한 단순 거래사이트로의 규모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또 삼성전자를 위시해 컴팩, 휴렛패커드(hp), 애질런트, 솔렉트론, 히타치 등 16개 주주사는 상호간 통일된 프로세서 적용을 통한 경비절감, 내부 체질개선이란 당초 기대효과 대신 기업간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한 실패사례만을 안게 된 셈이다.
특히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국내 관련업계 및 오프라인 기업들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지난해 이후 난립하고 있는 퍼블릭마켓은 향후 거래활성화에 적지 않은 장애요인으로, e마켓을 통한 e비즈 도입을 검토하는 오프라인 기업에는 그 방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유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협업을 통한 온라인 거래에서 실패한 만큼 중견·중소기업의 e마켓에 대한 시각은 더욱 회의적으로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폐쇄 배경=이번에 폐쇄된 컨버즈의 법인은 컬래버레이션 모델을 연구하던 총 3곳이다. 컨버즈의 새너제이 컬래버레이션 본사와 한국법인, 대만법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16개 주주사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서비스 개시 후 8개월이 지나는 동안 자신들이 B2B에 따른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밝혀 삼성전자가 폐쇄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한 것을 시사했다.
컨버즈로서는 세계 최대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의 구매력,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의 영향력 등을 보고 최초의 해외법인으로 한국을 선택했지만 일부분의 재고처분에 불과했던 거래규모에 크게 실망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B2B의 향후 지향점으로 기대되던 컬래버레이션 모델이 주주사의 기업전략 노출을 이유로 적용이 기피됐기 때문이다. 16개 주주사는 공동 프로세서를 활용할 경우의 리스크 공유와 경비절감 효과보다는 웹상에서의 정보·보안문제에 더 큰 비중을 뒀다. 결국 큰 변화에 따른 저변확대보다 이상론이 앞선 것이다.
또 주주사들의 활발한 참여가 없었다는 것도 사업을 접은 큰 이유다. 단적인 예로 커머스 거래의 50% 이상을 휴렛패커드 혼자서 해온 점 등 공동참여, 공동경영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파장 및 향후 전망=당장 거래부진으로 고민하는 국내 e마켓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은 퍼블릭마켓에 대한 회의론이 일며 대기업들의 e비즈 방향이 당분간은 프라이빗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자체 프라이빗을 가질 힘이 없는 중견·중소업체의 경우 e마켓 활용을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관망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컨버즈가 퍼블릭마켓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업계 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e마켓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파장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컨버즈가 제시한 연구개발(R&D), 판매예측, 생산계획, 자재수급, 주문, 대금지급까지 전생산공정의 온라인 거래 컬래버레이션 모델은 퍼블릭마켓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