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용 전력공급장치 생산업체인 동아일렉콤의 직원들은 생산공장을 PRC(Product Realization Center)라고 부른다.
다른 회사의 공장과 달리 PRC에는 생산팀 외에 기술개발팀이 속해 있다. 개발자들은 생산현장 내에 근무하며 제품을 개발한다. 직접 생산돼 나오는 제품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다양하고 자세한 사양을 조목조목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개발자는 작업자들과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눈다.
생산팀의 작업자들은 입사후 4개월에 걸쳐 제품 생산라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을 훈련받는다. 각 라인의 숙련자를 통해 일대일로 모든 작업을 교육받고 나면 각 라인에 직접 투입되는 온더잡(On The Job) 트레이닝이 전공정에 걸쳐 진행된다.
“PRC는 기업내 생산조직과 개발조직, 관리조직 등을 통합, 조직간 장벽을 무너뜨려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대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체질개선 작업의 일환입니다.”
동아일렉콤 안예환 PRC 공장장의 설명이다.
PRC는 프로덕트 리얼라이제이션 센터, 즉 제품실현센터를 뜻한다. PRC라는 용어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CDMA 기지국 시스템을 생산하는 뉴저지 공장에 94년 도입된 PRC는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빠르고, 값싸게 개발·공급한다는 고객의 요구에 맞게 고안됐다.
소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PRC의 조직은 자유롭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각자의 목표를 가진 팀들이 같은 작업공간에서 일하면서 아이디어와 정보가 자연스럽게 소통되는 것. PRC는 대면접촉(face to face)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특징으로 한다.
PRC는 또한 다기능 조직으로 이뤄진다. 개발팀이 생산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고 생산팀은 개발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다. 생산팀은 또한 분업화된 하나의 직무에만 집중하기보다 생산의 모든 과정을 익힘으로써 직무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함양하게 된다. 루슨트 뉴저지 PRC의 작업수칙은 ‘PRC의 정신은 주인의식과 협력’이라며 ‘PRC에서는 모두가 팀의 리더다. 행인은 없다’고 PRC를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PRC의 조직내 특징은 문화에 대한 정의와 행동양식에 대한 아웃라인을 명시한 작업수칙(PRC working principle)으로 제시된다.
빠른 속도, 유연성, 효율적인 신제품 개발을 모토로 구성된 PRC의 목표는 ‘시장을 장악하라(SEIZE THE MARKET)’는 구호로 축약된다. 모든 혁신이 고객만족을 위한 품질, 납기, 가격개선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루슨트의 PRC는 96년부터 64개월 연속 100%의 적시 제품공급률을 기록하는 한편 제품개발시간을 65% 단축해 개발과 생산의 한 사이클에 소요되는 시간을 50%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제품생산비용의 68% 절감과 80%의 불량률 감소, 1차 테스트 통과율을 85% 이상으로 높여 생산성의 150% 향상을 이뤘다.
루슨트의 PRC는 적시공급을 통한 고객만족과 생산활동 개선, 품질경쟁력 확보 등을 인정받아 2000년 인더스트리위크 베스트 플랜트 어워드와 99년 유타 주립대의 싱고프라이즈 등을 수상했다.
PRC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생산과 개발 등의 조직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합하는 경영 개선작업은 곳곳에서 진행된다.
오리온 전기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제품별 사업부제로 전환, 구매에서부터 생산·품질·영업·기술 등의 기능을 일괄 선상에 배치했다. CRT사업부, 모니터사업부 등 각 사업부에 책임과 권한을 이관해 책임경영과 스피드경영을 펼치겠다는 것.
PRC는 후기산업사회를 지나면서 변화된 생산의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원가경쟁력 확보,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추던 생산패턴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PRC가 무너뜨린 것은 생산과 개발, 관리의 조직간 장벽뿐 아니라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장벽에까지 이른다.
제품실현센터(PRC:Product Realization Center)는 94년 루슨트 CDMA 시스템 공장에 처음으로 적용된 개념이다. PRC는 단순히 공장의 새 이름이 아니라 생산조직에 개발조직을 포함하고 나아가 관리조직을 통합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신속히 제공한다는 고객지향적인 경영방식이다. 협력과 통합, 주인의식을 핵심가치로 하는 이 경영방침은 고객대응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한다. PRC는 제조업체가 서비스업체와 같은 고객중심의 스피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