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사태 확대 조짐

 디지털 위성방송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관련시장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아 방송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발표한 영업파트너 선정결과에 기존 위성방송장비 설치판매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KDB측이 “선정결과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하자 업체들이 조직적 대응에 나서기로 해 사태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 9월 27일자 35면 참조

 특히 전국 200여 위성방송장비 설치판매업체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위성방송기술협회(회장 김준원)는 KDB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키로 함에 따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접수하고 회원사들의 연판장도 추가로 올리기로 하는 한편 오는 10일에는 KDB 사옥 앞에서 대대적인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위성방송기술협회측이 KDB 영업파트너 선정결과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기존 위성서비스업체들이 대거 탈락됐기 때문이다.

 KDB는 전국사업자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지역서비스센터에 한국통신진흥 등 58개 업체를, 지역판매점에는 피앤아이테크·이지컴시스템 등 44개 업체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들 선정업체 가운데 위성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전문업체는 20%가 채 안될 정도로 회원사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협회측의 주장이다.

 협회측은 “위성서비스에 경험이 풍부한 자신들을 전국사업자에서 제외하고 지역서비스센터에도 극히 일부만 채택한 것은 기존 사업자들의 위성사업에 대한 그간의 기여도와 생계권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설치와 AS가 중요한 위성사업에 서비스 경험이 전무한 업체들이 나설 경우 재하청 등으로 인한 유통단계 증가 및 사업의 부실화 우려가 크므로 재선정을 고려해달라”고 KDB측에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KDB는 전국사업자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선택되는 것이 타당하고, 서비스센터 추가선정지역 19개가 아직 남아있으며, 지역서비스센터의 경우도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선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선정은 가당치도 않다”는 게 KDB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KDB의 영업파트너 선정결과를 보면 서비스 업체의 경우 서비스 경험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삼판매·보험영업·의류유통 등 위성서비스와는 전혀 관계없는 업체들이 선정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발표 전부터 자신들이 영업파트너로 선정됐다고 밝힌 업체들이 있었고 이들이 실제로 최종 선정업체에 포함된 것 등도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실제로 이번에 지역서비스센터로 선정된 업체들에서 위성서비스업체들로 재하청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 결국 유통단계만 복잡해지고 서비스 비용만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에 서비스센터로 선정된 업체들의 홈페이지에는 위성과 관련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게시돼 있지 않아 서비스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업계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KDB가 기존 업계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지나치게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번 영업파트너 선정건 외에도 지상파방송 재전송 및 위성공청TV(SMATV) 서비스 제공과 관련, 기존 케이블TV업계와도 대립하고 있으며 양방향서비스용 미들웨어 선정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그 예라는 것이다.

 위성서비스업체들과 KDB간 갈등의 심화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위성방송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원만한 사태해결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