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 보복전쟁 발발이 예상외로 늦어지고 있는데다 이번 보복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국내 무선인터넷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스라엘 등 중동시장에 군침을 흘려온 국내 무선인터넷 전문업체들로선 이번 전쟁으로 중동시장 공략의 전략과 전술을 상당부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현지 이동전화사업자들과 무선인터넷관련 솔루션 수출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해온 인트로모바일·신지소프트·엠브릿지·필링크 등 관련기업들로서는 중동시장 진출전략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왜 중동인가=이스라엘·이집트·모로코·사우디아라비아·이란·UAE 등 중동지역은 한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적으로 무선인터넷서비스가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동전화가입자가 이미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CDMA, GSM 등 전세계 이동전화 표준이 대부분 서비스되는 다표준 지역이다. 따라서 국내 무선솔루션업계로선 중동진출이 자체 시장도 크지만 향후 다른 지역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표참조
품질테스트가 까다로운 것도 국내업체들이 중동진출을 노리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이 지역 국가들은 휴대폰은 물론 무선인터넷 관련제품의 요구 스펙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현지 지사 설립을 추진해온 인트로모바일의 이석준 이사는 “이스라엘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다른 지역에선 추가 테스트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여건상 잠재적인 이동전화 및 무선인터넷서비스 시장이 타 지역에 비해 크다는 점도 업계가 이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중동지역은 잦은 이동과 분쟁 등으로 인해 이동전화의 보급률과 상대적인 사용량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러 표준이 공존함에 따라 상류층의 경우 2개 이상의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 것이 일반화돼 있으며 기존 유선 콘텐츠를 연계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 콘텐츠 수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업계 반응 및 대응=지난달 뉴욕 테러사건 직후 미국이 아프간에 대한 보복전쟁을 천명하자 업계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어디까지 어떻게 번질지 사태파악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테러 및 보복전쟁이 ‘이슬람 대 이스라엘’의 대결로 비화, 중동 전체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비즈니스가 더이상 진척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지역으로의 왕래 자체부터 문제가 생겨 당분간 업계의 중동진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이 분명히 유망 시장임에는 틀림없지만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대신 유럽이나 일본, 미주지역으로 해외진출을 다변화하는 쪽으로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엠브릿지·신지소프트·필링크 등 이미 중동에 거점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거나 진출을 추진해온 업체들은 현지 파트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응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향후 전망=일단 무선인터넷업계의 중동진출은 미국 보복전쟁의 폭과 수위에 밀접하게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규모가 크고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는 중동 마케팅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오히려 국내 무선인터넷업계로선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설사 이번 보복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전쟁의 후유증이 적지 않겠지만 시공을 초월하는 무선인터넷서비스 특성상 전쟁 이후엔 오히려 더 많은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의미다. 솔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이번 보복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잦은 분쟁으로 이동이 심한 중동의 지리적 특성상 이동전화 사용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따라 자연히 무선인터넷 솔루션, 콘텐츠, 서비스 시장은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표. 중동지역 주요 이동전화 서비스 현황>
국가=사업자명=방식=서비스=가입자수
이스라엘=Cellcom= TDMA=10년 이상=220만
Pellephone=CDMA=7년=190만
Partners=GSM=3년=140만
이집트=MobilNil=GSM=2000년5월=85만
모로코=Maroc=GSM=2000년 6월=116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