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4월부터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하자 주요 그룹 및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벤처투자가 활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벤처와 대기업들은 기존 구조조정 차원에서 예외로 인정받아온 투자가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될 경우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분사를 통해 몸집을 줄이면서 ‘벤처 위성 계열사’를 거느리는 정책을 구사해온 삼성은 “벤처투자가 자산 대비 25% 조항에 포함된다 해도 투자 규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공정위안 확정 여부에 관계 없이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30여개에 이르는 벤처기업을 계열사로 편입, 왕성한 투자를 전개해온 SK그룹 관계자는 “만일 대기업 출자제한이 풀리게 되면 오프라인 구조조정이나 신규사업보다 벤처투자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답변, 투자 확대를 시사했다.
오는 12월 1일부로 핵심 기업인 코오롱상사를 3개사로 기업분할하는 코오롱은 ‘때 마침’ 이뤄진 조치에 어느 그룹사보다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분할 기업 중 투자전문 역할을 맡게 되는 코오롱CI에는 호기”라며 “핵심 사업인 벤처투자를 통해 사업 안정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대 그룹 중 처음으로 구조조정 전문기업을 설립하는 두산은 “제한조항이나 기존 예외조항 지속 여부에 따라 정책이 많이 바뀔 것”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전문 투자사인 네오플럭스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벤처업계에서는 두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미 순자산의 25%를 넘는 자금을 사내외 벤처기업에 투자해 놓은 삼성SDS·SKC&C 등 시스템통합업체들은 이번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방침이 투자비중 축소 부담을 덜게 되는 만큼 앞으로 투자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SI업체들 사이에는 보안·인터넷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분야별 전문 솔루션업체와 상호 지분투자를 단행하거나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따라서 사내벤처 지원이나 벤처인큐베이팅과 함께 전문 솔루션 업체들에 대한 지분투자도 SI업계의 새로운 외부 벤처투자 방식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SDS와 SKC&C는 물론 외부투자 비중이 순자산의 25%를 넘지 않는 LGEDS 등 대부분의 그룹 계열 SI업체들은 향후 정부가 초과 투자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경우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실질적인 외부 투자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