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여개로 늘어난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좋은 환경에서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꾸미고 지원하는 일이 대전시가 할 일입니다.”
양승찬 대전시 대덕밸리 지원팀장(34·사무관)은 지난해 9월 김대중 대통령이 대전지역을 방문한 가운데 개최한 대덕밸리 선포식 이후의 실질적인 벤처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벤처 육성을 전담하는 직제를 가진 지자체는 대전시가 유일하다.
처음에는 대전시가 태스크포스 정도를 구상하다 벤처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아예 전담조직을 만들게 되면서 양 팀장이 실무기획 총괄역으로 발탁됐다.
특히 대덕밸리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시청에서도 기업지원과와 과학기술과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 일괄적인 정책수립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발족할 때는 팀장과 팀원 모두 합쳐 2명이 전부였습니다. 그 후 인원보강을 거쳐 지금은 5명이 업무처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빠듯합니다. 그동안 벤처기업 수가 3∼4년 전에 비해 8배가 증가했습니다.”
지원팀이 구성돼 가장 먼저 손을 댄 일은 대전과학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 법인 설립이다.
대전시, (주)한화, 한국산업은행이 주체가 돼 부문별 역할을 맡는 전국 첫 ‘제3섹터’에 의한 개발방식을 도입해 대덕테크노밸리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창업보육을 끝낸 벤처기업들이 입주할 곳이 없어 갈팡질팡 하던 때여서 제2의 벤처단지 조성이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이어 양팀장이 추진한 사업은 10년 앞을 내다본 대덕밸리의 밑그림 그리기 작업이다.
대덕밸리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데 양 팀장은 꼬박 8개월 동안 열정을 쏟아부었다. 계획 하나 하나를 일일이 다듬으며 날밤 세우기를 밥먹듯이 해서 결과물을 내놓았다.
마스터플랜 수립에만 KAIST 및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 10여명이 달라붙어 머리를 맞댔다.
최근 대덕밸리 선포 1주년을 기념해 성과를 내놓으라는 여론을 접하고 적이 당황스러웠다는 양 팀장은 “실리콘밸리는 역사가 70년이 넘었으나 대덕밸리라는 브랜드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3년에 불과하다”며 한국인의 성과주의와 조급성을 꼬집었다.
“그동안 뭘 했느냐를 묻기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벤처기업들에게 단편적으로 구체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향후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벤처기업에게 ‘고기를 물려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양 팀장. 그는 성과를 따지는 것도 좋지만 대덕밸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달라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대전시가 대덕밸리의 홍보를 위주로 사업을 펴는 것이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는 이미지가 곧 상품인 브랜드 파워 시대입니다. 대덕밸리의 이미지를 레벨업시키는 일이야말로 대전시의 핵심역할이라고 봅니다.”
보잘 것 없지만 대덕밸리 지원팀이 눈에 띄게 해놓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속도로 IC의 간판을 바꾼 일이다.
그러나 이 작업을 하는 데 지원팀이 수개월 동안 건설교통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다녀와야 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양 팀장은 속내를 드러냈다.
“장애인 복지관련 업무를 하다 처음 대덕밸리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애착을 갖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덕밸리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