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장 판도는 기술이 주도하던 시대에서 소비자의 요구가 이끄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폴리픽스 김재훈 사장(38)은 데이콤과 롯데캐논 그리고 한글과컴퓨터 등의 개발실장을 역임한 정통파 연구원 출신. 그는 92년 창인시스템을 설립해 한메타자·한글과컴퓨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국내 초기 워드프로세서 개발에 앞장섰다. 하지만 95년 학원사업에 손을 댄 후 실패를 맛봤다. 98년 2월 폴리픽스란 이름으로 다시 재기한 그는 최근 경제난 속에서도 일본 굴지의 IT기업인 소프트뱅크 브로드미디어로부터 200만달러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폴리픽스의 김 사장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VoIP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기술이 주도하던 VoIP 시장은 소비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음질이 뛰어난 인터넷전화라도 150년의 역사를 지닌 일반전화 서비스를 그대로 구현하는 데 그친다면 일반전화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김 사장은 이같은 지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3년여간 VoIP 솔루션 개발에만 전념하던 폴리픽스를 서비스업체로 다시 태어나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이 구상하는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전화 업체처럼 인터넷 회선을 사용해 싼 가격으로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하는 서비스를 양방향통신서비스(interactive communication service)라고 말한다. 양방향통신서비스란 일종의 기존 웹콜센터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의 진보된 형태로 기업이 원하는 통신서비스를 각 기업에 원하는 방식으로 제때 공급하는 서비스다. 폴리픽스는 이 서비스 모델을 일본에서도 동시에 선보이기 위해 소프트뱅크 브로드미디어와 조율 중이다.
“까다로운 일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폴리픽스의 기술력과 글로벌 마인드가 국내외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은 서비스사업 진출을 계기로 더욱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기술이 뒷받침돼야 성공적인 서비스를 이뤄낼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도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과 동시에 올해가 일본의 브로드밴드 원년이란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본시장에 사업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VoIP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