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10)특별기고-콘텐츠 저작권 보호는 기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사무처장 유각희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기준은 다양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력은 물론, 국방력·복지수준·기업 투명도 등이 한 국가를 평가하는 척도로 자리잡았으며 정보기술(IT)이나 문화기술(CT) 같은 요소도 한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화·방송·게임·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문화 콘텐츠 산업이 한 국가의 경쟁력을 측량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CT 선진국이 되려면 그 나라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문화 예술이 발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문화와 예술이 발달한 유럽 등의 국가들이 CT 선진국의 반열이 끼지 못하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달하려면 콘텐츠의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배급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특히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최종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이것이 사업자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관행과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뉴미디어의 선두격인 케이블TV가 방송을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이 됐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케이블TV 산업은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PP, SO와 같은 사업자들이 케이블TV의 정착을 위해 줄기차게 노력을 해왔고 정부도 나름대로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에도 이 산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콘텐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징수하고 사업자에게 적절히 분배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한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방송위원회자료에 의하면 올해 3월말 기준 케이블TV의 유료 가입자는 311만명(기본, 묶음채널 가입자 포함)에 이른다. 6년간의 가입자 실적치고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같은 유로 가입자에게 모두 콘텐츠 사용료를 제대로 징수하고 이같은 사용료의 일부(현행 계약에 따르면 32.5%)가 SO를 통해 PP에게 배분된다면 한국 케이블TV 콘텐츠 산업은 말 그대로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에 SO로부터 PP들이 받은 프로그램 전체 사용료는 약 450억원에 머문다. 이 정도는 대강 잡아 전체 유료 가입자의 3분의 1 정도로부터만 사용료를 징수했다는 계산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가입자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거나 SO들이 징수해 PP에게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증발된 금액이다.

 복잡하고 말못할 이유는 많지만 어쨌든 가입자로부터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징수해 PP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이 왜곡된 것만은 분명하며 이는 결국 PP들의 채산성 악화로 직결된다. 예컨대 지난해에 거둬들인 450억원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24개 채널에 배분됐으니까 1채널당 약 20억원이 되는 셈이다. 1개 채널의 연간 최소 운영비가 약 50억원 정도라고 보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양질의 콘텐츠 개발은커녕 수익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올해 말이면 위성방송이 개국하여 다채널 시대를 맞게 된다. 80여개 채널이 한꺼번에 생겨 PP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위성방송에서도 케이블TV와 같은 사용료 누수 현상이 반복된다면 방송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유일한 위성방송사업자인 KDB는 사용료 및 저작권료를 합리적으로 징수, 투명하게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케이블TV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설비 자금 지원보다도 사용료 징수 및 저작권료 배분시스템에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PP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강조한다면, 저작권료의 합리적인 배분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 제도는 어떤 지원책보다도 콘텐츠 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실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희대학교졸업 △ 현재 경희대 언론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중(방송전공3기) △93년부터 다큐전문채널 센추리TV 사업계획서 작성시부터 참여 △편성부차장·제작부차장·기획부장 역임, 99년 10월부터 PP협의회 사무국장 △2000년 3월부터 조직개편에 따라 협회소속됨 △현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