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소형 단기과제→대형 국책과제 중심으로 연구체제 바꾼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오길록)은 내년부터 연구를 네트워크 슈퍼컴퓨터(NSC)와 차세대 무선LAN 기술 개발 등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기술개발사업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

 ETRI는 전전자교환기(TDX)·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과 같이 실질적인 ‘대박’을 터뜨려줄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내년부터 분산돼 있는 개별·신규 과제를 과감하게 통합, 매년 연구기간이 5년 이상인 대형 연구과제 2∼3개를 발굴해 항상 7∼8개의 대형과제를 수행하는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ETRI는 이를 위해 5년간 7000억원 정도를 투입하기로 하고 1차로 내년에 필요한 예산 1260억원 가운데 600억원을 정통부가 편성해놓은 선도기반 사업비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또 나머지 660억원은 통합시킨 개별과제의 계속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TRI가 이달 중 정부와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추진할 신규 대형 국책기술개발과제는 △기존 컴퓨팅 및 스토리지 성능과 네트워킹 기능을 대폭 강화한 네트워크 중심의 슈퍼컴퓨터(NSC) △4세대 이동통신 원천기술 및 IMT2000용 핵심 기술 △차세대 인터넷에서 전송용량을 1.2Tbps까지 신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스케이러블 테라 액세스 시스템 △사이버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시큐어 네트워킹 기술 기반의 EAL5급 정보보호시스템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 및 정보를 실감나게 받아 볼 수 있는 스마(smar)TV 등 5개 사업이다.

 ETRI는 이와 함께 현재의 세부과제 수를 100여개로 절반 이상 줄이는 한편 광인터넷 기술개발사업 등 기존 사업도 대형화해 나가기로 했다.

 ETRI의 과제 대형화는 출연연구기관이 소형과제 수행에 매달리기보다는 국민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과 안정적인 연구 분위기 조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오길록 원장은 “정통부 선도 기반사업 예산의 50% 정도가 대형 국책기술 개발에 투입될 것”이라며 “연구사업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관련 규정 개정 추진과 대형 사업별로 톱-다운 방식의 과감한 운영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ETRI는 지난 8월 미국 퀄컴사로부터 받은 로열티 분배금 1289억원 중 1003억원을 정부의 승인을 얻어 원천기술 개발준비금으로 확보한 바 있으며, 나머지 286억원은 연구환경 개선 및 직원들의 인센티브로 사용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