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정보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과 적극적인 노력과 달리 한편에서는 인터넷이 오히려 한글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터넷상의 한글 오염정도가 심각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단어나 문장을 줄여쓰는 수준을 넘어 아예 문법와 철자를 무시하고 한문과 특수문자까지 가미해 별도의 해석이 없으면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채팅창과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鉉⑨ㆀ②ㅃⓔㅿ4ⓤㆀ’ ‘ 2ㅹYo’ ‘번애쥬세孝’ 등 이해하기 힘들거나 아예 우리말이라고는 보기 힘든 언어가 자주 등장한다. ‘당신을 위한 무척 친근한 친구’ ‘이뻐요’ ‘보내주세요’라는 의미다.
이에 비하면 ‘방가(반갑다)’ ‘ㄳ(감사)’ 등의 용어나 감정을 그린 이모티콘은 차라리 친근감이 들거나 애교있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일기장에서부터 대학교 시험답안지나 리포트에까지 버젓이 채팅언어를 사용할 정도로 맞춤법이 무시되고 있으며 세대간 의사소통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유니텔·천리안·하이텔 등 인터넷통신 동호회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학회와 함께 우리말 오염실태 보고회 및 학문적인 강연을 실시하고 ‘인터넷상의 우리말 살리기 네티즌 운동’에 나섰다. 또 다모임과 아이두넷 등은 ‘온라인상의 언어파괴는 이제 그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도 9일 한글날을 맞아 정보통신윤리위원회·NHN 등과 공동으로 ‘사이버 언어순화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들은 네티즌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우리말 실력을 테스트 해보는 ‘서바이벌 퀴즈’, 통신언어 사용에 대한 네티즌들의 찬반 의견을 알아보는 ‘갑론을박’, 난무하는 통신언어의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네티즌이 만드는 시사만평’ 코너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이나 네티즌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며 행사 자체도 매년 한글날을 맞아 실시하는 일회성으로 그치고 있는 형편이라 그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사실이다.
언어는 사회성이 강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최근 들어 급격히 오염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우리말과 글을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언어 사용자인 네티즌과 인터넷 업계를 비롯한 범국민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