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 보복전쟁이 현실화된 8일 서울 증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전날보다 5.79포인트 하락한 496.13으로 마감됐고 코스닥시장도 0.52포인트 떨어진 53.55로 끝났다. 지난달 11일 납치항공기 테러사태 당시 주식시장을 패닉상태로 몰고간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이미 노출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는 분위기 확산과 함께 미국의 보복전쟁에 대한 충격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단행되기 전까지 이미 1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공포감’이 희석된 데다 미국이 기선을 제압한 상황에서 전쟁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보복이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복전쟁이 제2의 보복테러로 이어지거나 이슬람권과 ‘문명의 충돌’로 이어질 경우 전세계 증시가 자칫 깊은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보복공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파장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증시 차분=미국의 보복공격이 단행된 8일 서울 양대증시인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각각 1.15%, 0.96% 하락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개장초 보복전쟁 소식으로 낙폭이 확대됐던 증시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폭을 줄여가는 모습에서 안정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복전쟁이 이미 충분히 주식시장에 반영돼 발발 당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현시점에서 전쟁으로 인한 추가적인 하락요인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보복전쟁이 테러사태 이후 저점을 확인해주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길든 짧든 전쟁기간에는 주식시장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테러에서 보복전쟁으로 이어지는 외부충격은 경기둔화기의 확실한 바닥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시장전략보고서를 통해 “외부충격이 증시바닥의 확실한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며 “경기에 둔감한 종목들부터 주가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전은 호재로 작용할 수도=보복공격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불확실성 해소와 새로운 수요촉발이라는 측면에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태가 단기에 수습되면 증시가 발빠르게 테러충격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되찾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전쟁 시나리오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이번 보복전쟁은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미 이긴 전쟁으로 인식되는 보복전쟁이 단기에 종료될 경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증시가 테러쇼크에서 벗어나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번 보복전쟁이 테러 이후 증시의 저점을 확인해 줄 것”이라며 “증시가 테러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시각도 상존=이번 보복전쟁에 대한 대부분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할 때 원초적인 타격을 예상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번 보복전쟁이 전쟁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없앴지만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탄생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번 전쟁이 이슬람권과 전면전으로 확산되거나 미국내 테러를 유발할 경우 지난달 테러쇼크 이상의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