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획>한글관련 SW산업 현주소

 우리말, 우리글의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소프트웨어기술 발전에 힘입어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한글구현이 어려워 처리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워드프로세서도 그렇고 각종 애플리케이션도 한글 처리가 완벽하다. 기술적인 면에서 아직까지 다소 개선해야 할 점이 있긴 하지만 사용상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터넷의 이용확대와 함께 영자처리로만 가능했던 인터넷 도메인까지 한글이 등장할 정도다. 편집자

 ◇한글은 정보화 밑거름=컴퓨터의 모국어는 영어다.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이 미국이고 컴퓨터 산업의 중심지가 미국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글은 그동안 컴퓨터를 타고 정보화를 촉진하면서 우리말 정보화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많은 한글 코드체계 개발자나 학자들에 의해 컴퓨터에서 한글의 과학화가 이루어졌으며 지금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시스템 환경에 맞는 우리말 지원 프로그램이나 국어 정보화 관련 솔루션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연어 처리기술, 영한 번역, 한글 다국어 번역, 음성인식시스템 등 다양한 한글 지원 소프트웨어들의 기능도 몇년 사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한글처리방법도 단순히 외국제품에 한글을 씌워 한글처리를 하는데서 벗어나 소스자체를 한글로 처리하는 수준으로 한단계 뛰어올랐다. 그래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한글 DB, 한글 컴포넌트 등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글처리SW=한글을 사용하는 우리에게는 한글을 제대로 표현해 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것은 워드프로세서, 자연어 처리 프로그램, 서체 등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아래아한글의 독주였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상공세로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적어도 기업 시장에서 아래아한글에 비해 워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에 의문을 가지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을 바꿔 놓기 위한 한글과컴퓨터의 노력은 볼 만하다. 9일 아래아한글2002를 발표한다.

 한글과컴퓨터는 505개에 달하는 한글 서체를 비롯해 한영 자동변환 기능 등 한글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사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체 시장은 외환 위기를 겪으며 급속히 위축됐지만 최근 인터넷 서체 개발로 활로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인쇄물을 만들기 위한 서체는 1200dpi 정도의 높은 해상도를 갖는 데 비해 웹 페이지용 서체는 용량을 줄이기 위해 72dpi 정도로 해상도를 낮춰야 한다. 이때 서체의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대표적인 서체 개발업체인 윤디자인연구소를 비롯해 한양정보통신, 투바이트폰트연구소 등이 웹 페이지용 서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연어 처리 프로그램 중에서는 번역 소프트웨어의 성능 향상이 괄목할 만하다. 작년 7월 한국어공학연구소가 영한 번역SW 5종에 대해 벤치마크를 한 결과 평균번역률은 60%에 그쳤다. 하지만 통계 언어학과 지식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기술 축적이 이뤄지면서 80% 수준으로 번역률이 높아졌다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어 번역의 경우 90% 이상의 번역률을 갖고 있으며 전용 번역 단말기나 PDA용 번역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는 등 시장성을 넓혀가고 있다.

 ◇도메인도 한글=인터넷에서 국어 정보화 활동은 한글 도메인 도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글도메인은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등록업무를 주관할 한글도메인 등록대행자로 한글인터넷센터(http://www.hinc.co.kr), 한글도메인센터(http://www.whoisnic.com), 한글도메인정보센터(http://www.hnic.co.kr), 닷네임코리아(http://www.dotname.co.kr) 등 4곳을 선정, 한글 도메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글도메인은 아직 관련 정책 및 예약어 등의 제도와 다국어도메인 관련 국제기술 표준 등의 문제점이 많아 본격적인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브라우저의 주소 입력창에 한글을 입력,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한글키워드 입력서비스는 한글도메인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잔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한글도메인 등록이 초기에는 하루 등록건수가 10만여건에 이르는 등 과열현상까지 빚기도 했으나 최근엔 열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국어도메인 등록관리기관인 미국 베리사인은 오는 11월 9일까지 1년간 등록한 한글 등 전세계 모든 다국어도메인의 등록기간을 일괄적으로 6개월 무료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문제는 국제표준만 마련되면 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어서 한글도메인시대도 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