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한 투자 축소 분위기를 반영,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주춤한 반면 중견·중소 기업들은 오히려 활발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신성이엔지·성도이엔지·한양이엔지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청정실(클린룸) 및 배관설비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3사가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닉스반도체 등 대기업으로부터 올린 설비부문 매출액은 총 1200억원 규모로 전체의 72%에 달했으나 올해는 59%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틈새시장을 노리고 사업에 뛰어든 중견·중소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이들 기업의 매출비중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룸 종합설비업체 신성이엔지(대표 이완근 http://www.shinsung.co.kr)는 지난해 대기업에 대상 매출이 60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79%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지난 9월까지 360억원에 그쳐 매출비중이 52%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330억원을 기록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의지가 극히 미미해 예정됐던 공사도 계속 연기되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그나마 신규물량도 올초 LG필립스LCD의 대규모 LCD라인 투자를 제외하고는 기존 라인에 대한 개보수 차원에서의 수주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광전자·나리지온 등 화합물반도체업체가 제품의 본격 양산을 준비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네스디스플레이·엘리아테크 등 디스플레이 벤처업체들도 가세하는 등 중소규모의 설비수주는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매출이 각각 234억원과 198억원을 기록했던 성도이엔지(대표 서인수 http://www.sungdokorea.com)는 올해 9월까지 각각 156억원과 12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여전히 중견·중소기업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성도이엔지는 4분기에 대기업 관련 수주는 거의 없는 대신 LCD와 광반도체 관련 중견·중소기업으로부터의 수주가 다수 예정돼 있어 매출비중이 오히려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양이엔지(대표 김형육 http://www.hanyangeng.co.kr)는 대기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343억원에서 325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중견·중소기업 부문에서는 103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규모 투자 분위기는 위축됐지만 신규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견·중소업체들은 불황기에 미래에 대비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소규모의 설비투자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