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만큼 벌었으니 수수료 내라.’ ‘수수료 내면 남는 것 하나 없다. 못낸다.’
중소 인터넷 쇼핑몰과 대표적인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사이에 수수료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분쟁은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가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등록을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에누리(http://www.enuri.com)는 올 초부터 자사 사이트를 통한 매출 의존도가 높거나 고액의 매출이 발생하는 중소 쇼핑몰을 대상으로 월정액 또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업계 1위라는 자부심과 타 가격비교 사이트의 몇 배에 달하는 매출규모를 내세워 본격적인 상품 등록 수수료 유료화를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에누리는 가격비교 사이트 중 인지도면에서 가장 앞서 있고 전자제품 전문 비교사이트로 자리잡아 거래 실적에서도 타 사이트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수십배의 차이를 보이며 중소 인터넷 쇼핑몰의 가전제품 매출에 막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에누리측은 자사 사이트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규모를 연 3000억원 정도로 밝히며 전체 인터넷 소매시장의 25% 가량이 에누리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에누리의 유료화 정책은 마트24, 사이버테크노마트 등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성장했거나 의존도가 높은 쇼핑몰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여기에 중소 인터넷쇼핑몰 연합단체인 한국인터넷쇼핑몰협회(http://www.kisma.or.kr)가 나서면서 협회와 에누리간의 힘겨루기로 이어졌다.
인터넷쇼핑몰협회는 지난 5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에누리 외 다른 가격비교 사이트와 접촉하는 등 공동 대처를 모색하고 있으며 에누리는 쇼핑몰과 개별 접촉을 통해 압박과 회유 작전을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협회는 올 초부터 자체 준비한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르면 이달말 오픈해 에누리의 수수료 요구에 대한 대응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에누리는 앞으로도 계속 수수료를 인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와 중소 인터넷 쇼핑몰들은 에누리가 열악한 조건의 중소 쇼핑몰에 대한 수수료 부과로 수익원을 삼을 게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정보 이용료 등 내부적인 다른 수익원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과 달리 가격에 승부를 거는 중소 인터넷 쇼핑몰이 없었다면 에누리의 성장도 어려웠던 만큼 수수료 부과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쇼핑몰협회 조재근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 칼자루를 에누리가 쥐고 있지만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못 이긴 쇼핑몰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면 결국 양쪽 모두 손해”라며 “중소 쇼핑몰에 대한 수수료 요구는 ‘자기무덤을 자기가 파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누리는 수년간의 무료서비스에 자체 투자를 통해 사이트를 키워왔고 중소 쇼핑몰의 매출에도 공이 큰 만큼 이제는 정당한 수수료를 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누리가 요구하는 에누리를 통한 발생매출의 1∼2%는 절대 많은 수수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에누리의 서홍철 사장은 “1∼2%의 수수료를 내는 것과 에누리에서 탈퇴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이익인지는 쇼핑몰이 판단할 문제”라며 “그동안 사이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내부투자와 중소 쇼핑몰의 매출을 고려할 때 에누리를 통한 발생매출의 1∼2%는 절대 많은 수수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