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한국전자전>지구촌 전자인 17만명 집결

 오늘 세계인의 귀와 눈이 대한민국 코엑스로 모인다. 아시아 최대규모 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한국전자전이 오늘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개막됐다. 국내외 17만명의 전자인들이 현장을 가득 메우고 세계 수억의 인구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시회에 참여한다.

 32년 연륜을 쌓는 동안 한국전자전은 세계 전자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항상 새로운 시대흐름을 전달하는 데 게으름이 없었다. 이제 한국전자전을 직간접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전자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

 21세기 최초의 한국전자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한 시기에 개최됐다. 미국 테러와 그로 인한 21세기 첫 전쟁. 그리고 세계 경기위축과 전자산업의 유래 없는 침체. 그럼에도 한국전자전은 역대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갱신하면서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올해 전시회는 지난해보다 무려 65%나 넓어진 8696평의 공간에서 펼쳐져 전시장 면적면에서 우선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전쟁 발발에도 불구하고 참가국이 지난해 11개국에서 올해는 15개국 450여개사로 늘었고 출품작도 약 7만점이 선보인다. 전쟁으로 얼룩지고 있는 지구촌의 불안한 분위기는 이 곳 코엑스에서 만큼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떨쳐버리겠다는 전자인들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전시회는 최근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전자정보산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KOTRA와 공동으로 세계 주요국 바이어를 직접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미 세계 500여명의 바이어들이 국내 중소기업들과 상담 일정을 잡아놓고 있으며 전시회를 통해 서로의 조건을 효율적으로 타진하게 된다.

 2001 한국전자전은 멀티미디어관·정보통신관·산업전자관·전자부품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자전 기간동안 바이어와 일반 관람객은 첨단 제품을 직접보고 체험하면서 첨단 미래형 디지털사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전자정보통신 제품들은 크게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일류기술제품군’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줄 디지털 멀티미디어 제품군’ ‘기술개발의 새로운 주역인 중소·벤처기업 개발 제품군’ ‘우수개발 국산화 부품’ 등 다섯 가지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일류 기술 제품군으로는 세계 최대크기인 40인치 TFT LCD, 초대형 63인치 PDP TV, HD급 65인치 프로젝션TV, 디지털TV용 DVD플레이어 등이 출품돼 전시장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또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첨단 정보통신 제품군으로는 초슬림 휴대폰과 디지털방송용 수신기, 유기EL 적용 휴대폰 등이 선보여 새로운 유행과 정보통신 산업의 흐름을 제시한다.

 특히 전자전에는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성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제품들과 그 제품의 오장육부를 형성하는 주요 부품들이 기술력을 과시하며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도 40인치 와이드XGA 액정 평판모듈 등 49개사 90개 국산부품이 출품돼 첨단 디지털 전자제품의 미래를 담보한다.

 이번 전자전의 가장 큰 특징은 아직 개념자체에서도 모호함을 극복하지 못하는 포스트PC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시장조성의 계기를 마련하는 노력이다.

 우리 업체들의 포스트PC에 대한 열정을 반영해 이번 전자전에는 전자부품연구원, 넷시스정보통신 등 8개 업체가 참가하는 포스트PC 공동관이 구성돼 있다. 공동관에 전시된 포스트PC 관련 신제품들은 세계 포스트PC 산업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 전시회 기간 중 준비돼 있는 ‘포스트PC 발전 방향과 전략’이라는 특별세미나는 포스트PC 산업의 현상을 점검하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자전은 과거와 달리 출품작 전시와 병행해 세계 전자산업의 맥을 짚을 수 있는 다양한 세미나가 마련됐다.

 경영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제프리 F 레이포트 교수가 ‘디지털 경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경제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또 전자분야의 전자상거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로제타넷(국제표준화단체) 콜린 에반스 회장이 ‘`e비즈니스와 국제표준화’를 주제로 세계 전자상거래의 흐름을 조망한다.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응해 우리 가전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특별 세미나도 ‘우리나라 가전산업, 중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2001 한국전자전’은 21세기를 여는 국내 최대 전시회답게 다채롭고 화려하게 세계 전자산업의 흐름을 전달하는 세계인의 축제로 막이 올랐다.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렵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이번 전자전은 세계 전자인들의 결집된 힘과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