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에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가을은 역시 독서와 사색의 계절이라고 부를 만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씻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랜만에 장편소설에 손을 대도 무방하다. 유명작가의 순수소설뿐 아니라 SF 팬터지 등 신조류를 섭렵해도 좋다.
또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구태여 서점을 찾지 않아도 집이나 회사 등에서 인터넷을 통해 쉽고 저렴한 가격에 e북(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마음의 양식을 두둑히 쌓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전자책 전용단말기를 이용해 e북을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휴대하며 책을 볼 수 있다.
출판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가을을 맞아 와이즈북(http://www.wisebook.com), 북토피아(http://www.booktopia.com), 에버북닷컴(http://www.everbook.com), 바로북닷컴(http://www.barobook.com) 등 전자책 서비스업체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최신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으로 준비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숙의 최신 장편소설 ‘바이올렛(와이즈북 서비스)’은 최근 서점가 인기 수위를 달리는 베스트셀러일 뿐만 e북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1992년 발표된 단편 ‘배드민턴 치는 여자’를 모태로 쓰여진 이 소설은 세종문화회관 옆 화원에서 일하는 ‘그녀’가 가족과 친구, 남성들로부터 겪은 폭력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족과 여성문제, 여성간의 사랑 이야기들이 신경숙 특유의 애잔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지고 있다. 메마른 정서에 촉촉한 단비를 내리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천국에서 온 케이크(에버북닷컴 서비스)’는 미국 문단에서 부드럽고 촉촉한 감수성과 문체미학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작가 프랜시 박의 첫 장편소설이다. 케이크 만드는 제빵사 여자의 눈에 비친 인생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외로움과 공허감을 무게감을 딛고 ‘꿈의 케이크’를 빚어내려는 한 여성의 아름다운 노력을 잔잔하게 그려가고 있다.
MBC 극작가 출신의 저자 김하인이 펴낸 ‘국화 꽃향기(북토피아 서비스)’도 애틋한 사랑이 그리워지는 가을을 맞아 읽기에 좋은 작품이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 것일까. 하지만 사랑 없이 산다는 것 또한 얼마나 두려운 것일까’라고. 유행가 가사처럼 너무나 단순해서 오히려 어떤 사랑론보다 가슴에 다가오는 이 작품은 사랑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간결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향기 짙은 사랑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밖에 게이 문학가 전명안이 펴낸 첫 소설집 ‘핑크 스카프(에버북닷컴 서비스)’와 KBS 미니시리즈 ‘가을동화’를 소설로 펴낸 ‘가을동화(북토피아 서비스)’ 등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북 소설이다.
시간에 쫓겨 좀처럼 많은 분량의 책을 소화하기 힘든 독자들은 가벼운 시집을 구입해 책읽기에 나서는 것도 요령이다.
‘내가 만난 나사렛 예수’ ‘눈물과 미소’ 등을 쓴 칼릴 지브란의 사랑시집 ‘사랑이 손짓하면 따라가라(바로북닷컴 서비스)’는 사랑을 영혼의 세포에 불을 붙이는 최초의 불꽃이라고 묘사한 ‘연인’을 비롯, 13편의 사랑의 시를 담고 있다. 얼어붙은 가슴을 잔잔히 녹여주는 시어들이 아름답다.
이밖에 유용주의 시집 ‘크나큰 침묵’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이상 바로북닷컴 서비스)’ 등은 특유의 힘차고 솔직한 삶의 언어들로 삶에 지친 독자들을 다독거려 주는 작품이다.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조용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각종 산문집을 통해 사색의 화두를 얻어보는 것도 좋다.
법정 스님이 지난 20여년간 쓴 글 가운데 계절에 관한 수상들만을 따로 모아 엮은 ‘봄 여름 가을 겨울(와이즈북 서비스)’은 오래 여운만큼 그 맛이 깊다. 책 곳곳에선 늘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을, 깨어살기 위해 배움과 사색으로 충만한 법정 스님을, 또 시인 류시화의 생태적 감성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바람의 딸 한비야의 중국 기행기를 담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북토피아 서비스)’은 마흔 세살,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며 떠난 한비야의 시각으로 중국의 여러가지 표정을 담고 있다.
떠나기 전 예약했던 하숙집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도 말 한마디 못한 채 돌아서야 했던 그녀가 열달 뒤 약속했던 위성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며 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만큼 중국어 실력을 키우기까지, 길거리의 인민재판에서 당당하게 승리하고 칭화대 남학생과 마주 앉아 그네들의 숨겨진 야망을 캐묻는 등 한비야의 당찬 눈길로 중국인의 삶 구석 구석을 조명하고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 아니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떠남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한 이 가을, 한 권의 e북으로 인간과 자연이 전하는 지혜를 되새겨 본다면 올 겨울이 더욱 따듯해질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