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 전체산업을 이끄는 리더산업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왔다. 특히 디지털이라는 옷을 새롭게 갈아입고 있는 지금, 전자산업의 정책을 결정하고 그 기반을 조성하는 정부의 접근방법과 이해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가늠한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 정태신 국장을 만나 우리 전자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산자부의 의지를 들어봤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향후 우리 전자산업을 전망한다면.
▲전자산업은 미국, 일본 등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반도체와 PC산업의 수출부진이 수출감소액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산업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대만 등 경쟁국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회복기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자부가 품질, 세계시장 점유율 등을 토대로 선정한 현재 일류상품 및 일류상품이 될 수 있는 후보제품 총 120개 가운데 D램, TFT LCD, 디지털TV, PDP 등 전기·전자제품이 51개를 차지하고 있음은 이와 같은 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전자산업의 분야가 다양화되고 세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정된 자본과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산자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정부는 우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시장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시장기능만으로 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산자부는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적극 완화해 시장의 자율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 원리에 따라 우리 여건에 맞는 분야를 선정, 기술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산업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공동활용 장비구축·인력양성 등 산업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부문에서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전자제품은 고부가가치제품의 경쟁력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보급형 제품은 중국·아시아 등에 밀리는 너트크래커(nut cracker) 상황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의 대책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자제품이 너트크래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수출상품이 가격경쟁이 심한 중저가 범용제품 위주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총수입 감소율보다 대한국 수입감소율이 훨씬 큰 것은 이와 같은 점을 방증한다. 특히 최근과 같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기에는 후발개도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의 활로를 모색하기 때문에 수출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범용제품의 수출이 더욱 부진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이와 같은 너트크래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화가 가장 중요하다. 산자부는 원천기술의 조기확보를 위한 중기·차세대 산업기술개발 지원, 디자인혁신센터 운영 등 디자인 개발지원, 세계 일류상품에 대한 홍보 및 국가차원의 이미지 제고,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등 다각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전자산업은 지난해까지 고도성장을 구가해 왔으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위한 선결과제와 이에 대한 산자부의 대응책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D램, CDMA휴대폰, TFT LCD 등 일부 품목 시장점유율이 세계 1∼2위에 이르는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 부족, 소수품목에 집중된 생산·수출, 부품 국산화율 저조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산자부는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와 같은 효자상품을 지속 발굴하기 위해 핵심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를 통한 내수기반 조성, 핵심부품개발 지원을 위한 연구기반 구축, 기술자립화를 위한 미래형 핵심기술의 집중개발, 가전·정보통신 등 IT산업내 IT·BT·NT 등 산업간 융합제품 등 신규 유망분야 집중 육성, 핵심부품 국산화율 제고, 국제협력을 통한 선진국과의 동조화 등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전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전자인 축제마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원기관으로서 전자전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산자부는 한국전자전이 컴덱스, 세빗과 같은 세계적인 전시회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수출로 직결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내실있는 전시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가 한국전자전이 내실있는 세계적인 전시회로 발전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