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IT 수출업체들 `비상`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이 국내 수출·금융·벤처기업 등에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 전반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 IT 수출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복공격의 파장이 자사에 미치는 악영향을 계산하고 있다.

 ◇대전·충남=지역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천안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대미수출 위축, 서산 지역 유화산업의 유가 변동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전자·유화산업 이외의 산업도 전후방 연쇄효과로 2차적인 침체가 예상된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창업 증가세가 둔화되고 성장 초기단계인 대덕밸리의 정보통신 관련 벤처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대전지점의 분석에 따르면 대전·충남 지역은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대될 경우 전기전자제품 수출의 대미 의존도가 59.2%에 달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구·경북=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대구 지역 IT산업이 더욱 위축되고, 특히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의 수출은 올들어 지난 8월까지 6억3560만달러(전체 수출의 6%)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 감소하는 등 그렇지 않아도 줄어들고 있는 대중동 수출이 이번 사태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수출액이 연간 8억달러에 이르는 구미공단의 경우 전체 수출량 중 지역 수출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구미공단의 일부 업체는 이미 계약된 수출물량에 대해 선적을 재검토하거나 하반기 수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미국의 대테러전쟁으로 당장 부산 지역 IT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중동지역 수출업체의 경우 운임비용 부담증가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산 업체가 파키스탄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 수출하는 품목은 섬유제품과 철강제품·자동차부품 등이다. 따라서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그칠 경우 지역 IT업체들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도 IT업체와 IT인력 파견교육을 진행 중인 일부 지역업체의 경우 앞으로 전문인력의 인도 파견교육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정상적인 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도 향후 상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전남=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 수출기업은 삼성전자 광주공장, 캐리어(가전제품업체) 등 모두 60여개사로 수출액이 2억17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3.2% 상승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이번 전쟁으로 중동 특수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냉장고와 청소기 등 가전제품 위주로 연간 7000만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쟁보험료 부가 등 운송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올들어 타우너와 프런티어·프리제오 등을 월평균 1000대 정도 사우디아라비아·알제리·리비아·시리아 등 아랍권 국가에 수출해왔으나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확전될 경우 수출전선에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