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상·항공 운송료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자업계가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상·항공 운송료가 급등하면 물류비용 증가로 국산 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세계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수출이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상선, 미국의 APL, 덴마크의 머스크 등 국내외 15개국 선사들의 협의체인 구주항로운임동맹(FEFC)과 중동항로운항선사협의체(IRA)가 중동항로 운항에 따른 위험을 이유로 ‘전쟁위험 비상할증료’를 신설, 지난 8일부터 전격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전자 3사를 비롯해 중동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이달부터 중동지역에 기항하는 화물 1TEU(6m 컨테이너 하나)당 150달러, 1FEU(12m 컨테이너 하나)당 300달러씩의 해상운임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까지의 중동항로 해상운임은 1TEU당 900∼1000달러로 이번 선사들의 비상할증료 부과로 인해 가전업체들의 물류비 부담은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주항로운임동맹(FEFC)이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에 대해 1TEU당 125달러, 1FEU당 250달러의 할증료를 각각 인상한 데 이어 수에즈운하 통과비용으로 1TEU당 10달러, 1FEU당 20달러를 각각 인상함에 따라 중동은 물론 유럽 수출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송영태 부장은 “해운선사·항공사와 핫라인을 가동하고 선적화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확전양상으로 발전할 경우 TV, 전자레인지, 위성방송 세트톱박스 등 중동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품목의 수출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쟁위험 비상할증료 신설과 함께 세계 유수 보험사들이 추진하는 적하보험요율 인상과 전쟁보험 부보환경도 가전업체들의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세계 유수의 재보험사들은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보복전쟁이 가시화되면서 선박·항공 보험료는 물론 전쟁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으며 이로 인해 비용부담이 커진 해운·항공업체들도 잇따라 운송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재보험사들은 종전 0.0275%이던 전쟁보험요율(화물가액기준)을 0.05%로 인상, 수출업체들이 위험지역에 대한 수출을 위해 전쟁보험에 부보할 경우 추가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무역협회 화주사무국 허인규 과장은 “현재로서는 수출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지역의 수요감소는 물론 수입업체들이 선적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해외 현지생산체제를 통해 역내 수출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물량의 30% 정도를 해상·항공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LCD·PDP·디지털TV 등 고부가 전자제품의 경우 거의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선박·항공편을 통해 수출하는 탓에 할증료에 이어 운송료가 대폭 인상된다면 물류비용 증가로 가격경쟁력을 상싱하고 이로 인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해상 운송료의 경우 1년마다 재계약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데다 최근 수출부진으로 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당장 운송료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 “하지만 이번 보복전쟁이 장기화되거나 확전될 경우 운송료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