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LAN은 침체된 IT산업을 수렁에서 건져올릴 마지막 보루인가.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IT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주하고 있는 무선LAN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선인프라 투자가 하향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하나로, 한국통신, 데이콤 등 국내 IT업계를 이끌어가는 통신사업자들의 무선LAN 서비스전략은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통신사업자뿐 아니다. 롯데, SK, 한솔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도 무선LAN서비스를 이용한 통신사업 우회전략을 내놓고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주유소 등 전국에 산재한 인프라에 무선LAN을 얹어 전국적인 서비스를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상아탑에도 무선바람이 불었다. 국내 대학들은 학생들의 인터넷수요가 급증하자 강의실, 잔디밭, 운동장 등 캠퍼스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무선LAN을 이용한 학내망을 경쟁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서울대, 숙명여대, 동명정보대 등 전 캠퍼스에 무선학내망을 구축한 사례 외에도 연세대, 고려대 등 많은 대학교가 부분적으로 무선LAN을 도입하고 있다.
얼마전 한 무선LAN업체가 대학 전산망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선LAN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학교가 설문 대상의 9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선LAN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 기술적 잠재가치에 있다.
무선LAN은 데스크톱에 머물러 있던 인터넷 이용자의 이용패턴에 변화를 몰고올 조짐이다. 대학생들은 캠퍼스 안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LAN을 찾을 필요가 없다. 노트북에 장착한 무선LAN카드와 캠퍼스 곳곳에 설치된 무선기지국(액세스포인트)이 전파를 통해 데이터를 송수신해주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신촌지역에서 무선LAN 시범서비스를 실시해온 데이콤은 학교나 커피숍, 호텔 등 제한된 공간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길거리 벤치에 앉아 노트북PC로 웹서핑을 하거나 PDA를 손에 들고 e메일을 체크하는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통신사업자에게 무선LAN은 향후 4세대 통신서비스를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분야다. 한국통신은 이상철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무선LAN서비스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보유한 최대 자산인 유선망을 기반으로 전국에 무선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유선에서 무선으로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4세대 이동통신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유선과 무선을 넘나드는 인프라는 타 사업자에 비해 강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선LAN은 유선사업자가 이통사업자가 점령하기 시작한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승부수다. 무선LAN은 평균 3∼4Mbps 전송속도로 이동통신이 제공하는 384Kbps급 데이터서비스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선LAN을 이용한 공중망 인터넷서비스는 포화상태에 이른 PC시장에도 돌파구로 작용할 전망이다. 데스크톱PC는 이미 수요가 바닥을 드러냈다. 사용자환경도 최적화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오히려 서비스가 PC사양을 쫓아가는 형편이다.
이제 PC업계가 눈을 돌리는 쪽은 노트북PC나 PDA,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종이다. 무선LAN은 유선에 머문 절름발이 인터넷환경에 무선(wireless) 그리고 이동(mobile)이라는 날개를 더해주며 모바일PC에 살 길을 열어주고 있다.
특히 사용환경에 제약을 받아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PDA는 무선LAN과 함께 별도 무선포털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정보통신부도 이에 대한 전략적 고려를 시작했다. 김창곤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은 “최소한 유선인터넷에서 무선인터넷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역할을 무선LAN이 실현해줄 가능성이 높다”며 “무선LAN의 대중화를 위한, 공중망서비스로의 무선LAN 활용을 위한 전략적 검토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