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에프투시스템(http://www.f2.co.kr)은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업체다.
90년대 중반 불모지와 같던 국내 아케이드 보드(PCB) 시장에 자체기술로 개발한 ‘폭스(Fox)’를 출시해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산 아케이드 보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폭스의 등장은 일대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폭스는 일본산과 비교해 성능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으며 특히 가격이 저렴해 국내 주요업체들로부터 주문요청이 쇄도했다. 업체들의 요구로 기술공개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폭스 탄생에는 에프투시스템 박상규 사장(35)의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국내 대표적인 아케이드 개발사의 핵심 개발자였던 박 사장은 국산 보드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에프투시스템을 세웠다.
“일본 보드가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하는 데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보드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산 보드의 개발은 박 사장이 생각한 것만큼 쉽지 않았다. 96년 3월 회사설립 후 6개월 정도로 예상했던 보드 개발은 무려 2년이 넘게 소요됐다. 예상하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계속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제점을 수정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버그를 일으켰다. 하지만 박 사장이 솔선수범으로 밤낮을 잊으며 개발에 참여, 98년 6월 폭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현재 에프투시스템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일명 ‘유무선 네트워크 보드’. 차세대 아케이드게임 산업을 위한 에프투시스템의 야심작이다. 이 보드는 무선 모뎀 기반의 네트워크 기반으로 게임기 및 게임장 간의 네트워크 지원이 가능하다. 또 PC, 모바일, PDA 등 다른 플랫폼과의 연동이 지원된다. 여기에다 게이머의 플레이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도록 IC칩을 내장시켰다. 물론 최근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3D그래픽이 지원된다. 현재 개발의 90%가 완료된 상태다. 박 사장은 이 보드가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프투시스템은 하드웨어(보드)와 함께 소프트웨어(게임)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사실 그동안 주 수입원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 개발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게임을 개발한 것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96년 회사 설립 이후 매년 평균 1개 이상의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98년에 개발한 ‘베스타’의 경우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에프투시스템이 하드웨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했다. 올들어서는 성인용 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로얄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다. 로얄고도리, 로얄포커, 로얄훌라, 로얄마작 등.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규제완화와 함께 세계 게임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아울러 중국, 대만, 일본 등 주변국 수출을 위한 전략도 담겨 있다.
순수 국내기술로 아케이드용 보드를 개발해 일본에 종속된 국내 게임산업을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는 에프투시스템이 향후 국내 게임산업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기대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