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베일런스, 2차전지사업 철수

 한일시멘트가 2차전지사업에서 철수한다.

 한일시멘트(대표 정환진)는 지난 96년 2차전지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베일런스와 50대50의 지분비율로 설립한 한일베일런스(현 KF테크·대표 이종구)가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폴리머전지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리튬폴리머전지 사업에 참여했던 한일베일런스는 이 사업을 접고 매각내지 전자부품 등 신사업으로의 업종전환이 불가피하게 됐고,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여타 그룹사들에도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왜 철수하나=한일시멘트그룹은 전자·정보통신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신사업을 모색하던중 2차전지가 미래 유망사업으로 부각되자 미국 베일런스와 손잡고 리튬폴리머전지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리튬폴리머전지는 이 분야 종주국인 일본의 견제가 워낙 심한데다 주 사용처인 국내외 이동전화·노트북업체들이 품질 신뢰성을 들어 제품 적용을 주저하는 바람에 지난 4년 동안 대량 수요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일베일런스는 은행 차입금 400억원에 자본금 80억원 등 총 투자금 500억원의 상당부문을 회수하지 못한데다 앞으로도 누적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 마침내 손을 들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일베일런스의 운명은=한일시멘트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한일베일런스의 처리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국내 전지업체나 외국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그 다음은 전지관련 핵심설비만 매각하고 용인공장은 전자부품 및 정보통신기기용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한일시멘트그룹의 한 관계자는 “설비매각 후 사업전환을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묘안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2차전지산업에 미칠 영향=한국타이어·새한에 이어 그룹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전지산업에 참여했던 한일시멘트가 리튬폴리머전지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대기업 전지업체들에는 상당한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나름대로 전지사업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되는 LG화학·삼성SDI는 차치하더라도 수년 동안 전지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놓고도 별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몇몇 그룹사들에는 이번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적적자에 시달려왔음에도 불구, 자존심 때문에 전지사업을 지속해온 일부 그룹사들이 이참에 전지사업에서 손을 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 한일베일런스의 전지산업 철수는 국내 2차전지산업 시장구도를 재편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