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와이즈북(http://www.wisebook.com) 서비스.
‘주목받는 차세대 작가’ 김영하가 5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이 e북으로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영하는 16세기 명종조를 배경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나비가 돼 원한을 푸는 ‘아랑전설’을 소재로 분방한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를 펼친다.
허구와 역사적 고증을 적절히 결합하는 저자 특유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정옥낭자전’을 참고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등 전형적인 이야기꾼의 재치를 과시한다.
저자는 이 사건을 현재의 주인공들인 소설가 박, 미용사 영주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간다. 중간중간에 독자를 향해 직접 말을 걸기도 하고 이런저런 가정법을 제시하는 등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주인공이 카메라에다 대고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이 소설은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됐던 소설을 다시 고쳐 장편으로 펴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맨 처음 연재됐을 때와는 다른 부분도 있다. 연재됐을 당시보다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을 보강했고 더불어 아랑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다.
지은이는 이번 소설을 통해 소설가의 역할 및 자신의 소설가적 자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그 이야기라는 주장을 하며 이번 성과의 공을 이야기에 돌린다.
그동안 김영하가 보여줬던 소설과 다른 듯 하면서도 닮아 있는 소설. 슬쩍슬쩍 던지는 인물들의 대사에서 우리는 태연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지은이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김영하는 환상과 일상적 현실을 절묘하게 뒤섞는 솜씨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장편에서는 환상과 현실의 착종된 관계가 전근대·근대·탈근대라는 역사적 구도 속에서 조명된다. 작가는 세 가지 의식의 교환 작용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탐구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