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이어 SK 계열사 사장단도 중국에서 모인다.
SK그룹 관계자는 오는 11월 하순께 중국 상하이에서 18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연말께 다음 연도 해외 사업의 전략 거점을 선정, 개최해온 SK그룹의 해외사장단회의는 99년 베이징 회의를 시작으로 2000년 싱가포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지난해 일명 ‘세대교체’와 ‘최태원 회장 친정체제 구축’으로 불리운 경영진 교체 1년을 평가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개최지와 최근 급변하고 있는 SK e비즈니스 향배 등의 이유도 있다.
지난해 승진한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이나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과 사촌동생이다.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역시 최태원 회장의 고종사촌형이다. 이번 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구축한 친정체제 1년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둘째는 회의 개최 장소가 갖는 의미다. 이는 ‘다음 연도 그룹경영의 전략 요충지’라는 SK 측의 설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 SK는 ‘중국 내 또 하나의 SK 만들기’를 공식선포, 사업을 진두지휘할 중국인 사장을 비롯한 현지 인력도 대폭 충원했다. 이번 회의는 이 같은 SK의 ‘대중국 전략’을 뒷받침하는 사업이 더욱 강화될 것을 상징한다.
셋째는 SK그룹 내부에 불고 있는 e비즈니스의 변화 기운이다. 중복투자나 계열사간 주도권 다툼에 대한 오해에도 아랑곳없이 ‘e비즈니스는 어느 곳에서 정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최태원 회장의 공식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텔레콤의 그룹 통합마일리지서비스를 기초로 한 유무선 포털사업 ‘네이트닷컴’을 계기로 계열사간 업무영역 조정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쉽게 조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 작업은 사장단회의 때까지 1차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장단회의를 거쳐 SK그룹의 e비즈니스가 종전과 다른 모습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를 뒷받침하는 요인인 SK의 새로운 경영철학, 즉 ‘태스크 2000’의 본격 가동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태스크2000’은 ‘SKMS’ ‘수펙스’에 이은 SK그룹의 세 번째 도약을 의미하는 경영철학으로 속도전인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 무엇보다 ‘변화관리’를 핵으로 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별로 직접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평가툴도 직접 마련토록 했으며, 내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