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황금알 오리 "글쎄요"

 ‘고객관계관리(CRM)는 허상인가, 아니면 시기상조에 따른 일시적인 침체현상인가.’

 기업의 수익창출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성가를 높이던 CRM이 경기침체와 투자대비수익(ROI)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2대 복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산투자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CRM 프로젝트가 몇 개월째 연기되는가 하면,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추세다. 그나마 금융·유통업종과 같이 비교적 자금이 넉넉한 오프라인 회사들은 캠페인관리솔루션이나 영업자동화(SFA)를 꾸준히 도입하고는 있지만 공급 과잉으로 가격체계가 붕괴된 지 오래다.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회사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한동안 CRM을 활용해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기업이 유행처럼 늘었으나 효과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CRM은 이제 불신덩어리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CRM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수요잡기에 전력하고 있지만 이같은 노력이 얼마나 약발을 가질지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가격체계 붕괴=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웬만한 eCRM 솔루션 가격은 평균 1억∼2억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체계가 붕괴됐다. 5000만원이면 그나마 제대로 받는 것이고, 평균 2000만∼3000만원대로 떨어졌다. 

 eCRM 전문회사의 한 CEO는 “가격을 정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가격표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시장이 혼탁해져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더구나 수요처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아는 터라, 기왕이면 저렴한 가격에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사를 선정하기 위해 ‘줄재기’가 한창인 만큼 가격체계 파괴 분위기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 전망이다.

 ◇CRM 도입효과에 대한 불신 팽배=지난 2월 eCRM팀을 발족하고 이달 초 솔루션 선정작업까지 마친 아이러브스쿨은 돌연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발표, 관련업계를 당황스럽게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대표격인 아이러브스쿨은 산재해 있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마케팅업무에 활용한다는 목표아래 오픈테크와 한국오라클을 최종 선정한 상태였다. 당시 프로젝트 규모는 1차만 3억원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보문보장의 온라인 쇼핑몰인 핫트랙스도 그렇고, 대한통운의 온라인 사이트인 카렉스몰도 eCRM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들이 프로젝트를 연기한 것은 자금상황과 함께 CRM 도입에 따른 ROI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 아이러브스쿨에서 eCRM 프로젝트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경영진의 경우 CRM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컸던 반면, 실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간에 괴리를 많이 느낀 것 같다”며 “이제까지 CRM을 도입한 여타 회사들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인 상황에서 억대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 무리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CRM업계, ‘그래도 CRM이다’=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CRM업계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CRM은 여전히 기업의 잠재적인 가치를 증진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자 마케팅 기법이라는 얘기다.

 이 일환에서 씨씨미디어는 LGIBM,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마스와 함께 ‘e브라더’라는 통합 eCRM 패키지를 출시하고 수요발굴에 들어갔는가 하면, 이씨마이너도 솔루션 패키지 작업에 전력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