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시장에서 256Mb 제품의 부상은 단순한 주력제품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상보다 반년 이상 교체시점이 앞당겨져 준비가 부족한 D램 업체들은 심각한 생존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사상 최대의 업계 구조조정이 당장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상 비트크로스 진입=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MD램은 각각 1.15∼1.80달러에 거래되는 반면 256MD램 가격은 2.25∼3.10달러다. 북미 현물시장에서도 128M 주요 제품의 가격이 1.15∼1.75달러이며 256M 제품들은 1.75∼3.10달러다. 최저가와 최고가 모두 2배를 형성하지 못했다. 사실상 비트크로스 상태에 진입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28Mb(16×8)PC133과 256M(32×8)PC133제품을 비교해도 각각 1.15∼1.35달러, 2.5∼2.95달러(북미 시장기준)로 가격차이는 2배 이상이지만 비트크로스에 매우 근접했다.
업계는 현 가격추세를 감안하면 이르면 이달중 단품까지도 비트크로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56MD램 주력 부상=업계는 비트크로스와 별개로 이미 256MD램이 주력제품으로 부상했다고 본다. 주 수요처인 PC업체들이 지금까지 써온 128MD램 대신 256MD램을 주메모리로 채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성능 펜티엄4 칩 기능과 이달 말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에 적합한 메모리용량은 256MB다. 이를 128MD램으로 구현하려면 16개가 필요하나 탑재공간이 커져 PC업체들은 8개면 되는 256MD램을 선호한다. 가격까지 떨어져 선호도는 더욱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256Mb D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10.6%에서 4분기 36.6%로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엔 45.6%로 높아져 34.6%인 128MD램을 물량면에서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판도변화=지금까지 업계순위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가 각 20% 안팎의 점유율로 3강체제를 형성하고 인피니온, 엘피다메모리가 도전하는 5강구도였다. 그러나 256MD램이 주력으로 부상하면 이 분야에서 앞선 삼성전자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총 30%인 인피니온과 엘피다가 뒤따르는 가운데 도시바,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그 뒤에 포진하는 1강2중3약 구도로 전환될 전망이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로선 중위권으로 추락할 위기인 것이다.
특히 마이크론은 경쟁사에 비해 생산이 6개월 이상 늦은 데다 자금난도 심화되고 있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중위권 유지도 힘들어질 수 있다. 하이닉스는 가동을 중단한 미국 유진공장의 생산구조를 연말까지 256MD램 공장으로 재편하고 DDR SD램 생산에 박차를 가해 벌어진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이나 투자재원이 부족한 상태다.
주력제품의 세대교체는 중하위권 D램 업체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서야 128MD램 생산이 안정화한 중하위권 업체들은 투자비를 회수하기도 전에 제품이 퇴조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상실, 퇴출위기에 직면했다.
한편 업계는 비트크로스 이후 1∼2분기 안에 D램 반도체의 가격이 급등하는 전례에 비춰 최근의 D램 가격추락은 본격적인 상승을 앞둔 ‘바닥다지기’로 보고 있다. 지난 97년 불황기에 차세대 주력이었던 64MD램은 3달러를 내리친 뒤 본격 반등으로 돌아선 바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