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컴퍼니> IT업계 2인의 ’인라인스케이트 마니아’

 ‘시원한 바람에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기업의 전산 시스템을 관리, 운영하는 전산실에 근무하는 IT맨이라면 누구나 가끔은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특히 어쩌다 시스템 장애라도 발생한 날에는 이러한 답답함은 더욱 심해진다. 장애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PC 앞에 앉아 밤을 새다보면 ‘내가 왜 여기 앉아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걸핏하면 야근도 많이 하다보니 건강에도 좋을 게 없다. 더구나 순간순간 천문학적인 액수의 거래가 이뤄지는 은행의 전산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러한 고통이 더욱 크다.

 신한은행 전산정보부에 근무하는 박인혁 차장(41)과 국민은행 정보시스템부의 류강숙 계장(32)은 이처럼 과도한 업무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긴다.

 지난 79년 구 상업은행의 전산실 직원으로 출발해 20여년 동안 은행 전산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 차장은 평소 즐기던 스키의 비시즌 동안 인라인스케이트를 접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4년전 인라인스케이트와 스키를 탈 때 사용되는 근육이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여름동안 약해지기 쉬운 근력을 기르기 위해 인라인스케이트를 시작했다가 골수 마니아가 돼 버린 것.

 마침 당시 신한은행 전산센터가 위치한 일산으로 이사를 오게 돼 직장과 집 모두 일산 호수공원과 가까웠던 것도 박 차장의 인라인스케이트 ‘짝사랑’에 불을 붙인 요인중 하나다.

 박 차장은 “처음에는 10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운다는 게 쑥스럽기도 했지만 호수공원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후 틈만 나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겼으며 지난해에는 전산실 동료들과 함께 ‘신라인(신한인라인)’이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라인하키에 빠져 인터넷동호회 ‘스킨라인 레이커스’에 가입해 하키를 배우고 있다.

 박 차장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또 다른 이유는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이다. 아내와 함께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손을 잡고 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건강에도 좋고 가족들간의 사이도 돈독하게 해주기 때문에 인라인스케이트를 계속 즐길 것”이라는 박 차장은 “처음에 장비만 구입하고 나면 더 이상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며 넌지시 웃었다.

 국민은행 정보시스템부 클라이언트서버시스템팀에서 그룹웨어 업무를 맡고 있는 류 계장은 우연한 기회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접했다가 시작한 경우다.

 “지난해 여름, 회사를 찾아온 외부 개발자 부부와 함께 처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갔는데 부부가 함께 타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곧바로 인터넷동호회 ‘네바퀴’에 가입해 배우기 시작했죠.”

 류 계장은 처음 2∼3개월 동안은 너무 많이 넘어져 온몸에 멍이 들기도 했지만 재미에 빠져 아픈 줄도 모르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탔다.

 지금은 주말마다 동호회의 정기 모임에 나가고 주중에도 한강변, 올림픽공원을 찾아 틈틈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긴다.

 “퇴근 후 한강변으로 가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요.”

 그녀가 꼽는 인라인스케이트의 또 다른 장점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

 류 계장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시작한 후 다리에 군살이 쏙 빠지고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며 여성에게 매우 좋은 운동이라고 적극 추천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