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지원센터 정체성 위기 극복하려면

전국 43개 센터, 실무자 130여명에 위촉 및 자문위원 포함 400여명. 이 정도 규모면 국내 어느 정부부처의 전자거래지원사업과 비교할 수 없는 ‘대군단’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6월 5개년계획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ECRC사업은 마지막 5차연도 사업을 앞두고 기로에 서게 됐다. ‘풀뿌리 EC확산’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다른 IT교육과 차별화 요인을 갖지 못하고 있어 ECRC 정체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에서 5차연도 사업완료 후 추가 사업진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정책적 보완을 통해 ECRC의 성과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외형확대, 사업의 단절=ECRC사업이 주목받은 것은 4차연도 사업을 앞두고 10개 센터가 47개로 늘어나면서부터다. 당시 명분은 ‘지역 곳곳에 EC를 확산시키자’였다. 산자부 권평오 과장은 “EC에 대한 기업의 인식수준이나 직접 교육을 찾아 나서지 않는 국내 기업문화를 고려해 기업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업을 벌일 필요성이 있었다”고 당시 센터 수를 늘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목표달성을 위한 조건을 확보하지 않고 시작됐다는 점에서 볼 때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센터 예산급감에 따른 사업의 단절과 이에 따른 파행운영이다.

 4차연도 사업예산은 37개 센터의 추가 확장에도 불구하고 20억원의 정부예산만 확보돼 있었다. 결국 센터당 분배된 정부예산은 많아야 5000만원 수준. 3차연도까지 사업을 진행한 10개 센터 중 많게는 4억여원의 예산을 받았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정부 EC정책의 혼선=ECRC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정부 차원의 EC사업은 유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통부나 중기청, 중진공, 민간대학 및 민간솔루션 사업자들이 엇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결국 정부의 교통정리 없는 EC 관련정책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차연도에 지정된 지역 ECRC 한 관계자는 최근 중기청의 ‘3만개 중소기업 IT화’에 신청한 한 지역의 기업 수가 고작 30∼40여개였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업이야말로 ECRC를 매개로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중소기업에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사전설명회라도 했으면 결과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요구에 맞는 차별화 전략=지역 ECRC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일반적인 IT교육이나 정보화사업과 차별화시켜 센터의 위상을 다시한번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e마켓 활용이나 전자조달, 구매합리화 등 EC와 관련된 구체적인 교육을 진행해야 하고, 사업도 컨설팅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자부에서는 일방적인 커리큘럼이 아닌 기업의 요구사안을 직접 분석해 그에 근거한 내용을 제공하는 교육방식 개선도 지적하고 있다.

 두번째는 센터 전문화와 네트워크 통합 사업협력이다. 4차연도 사업평가에 참석한 ECRC의 한 운영위원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너개에 이르는 센터나 도내에 많게는 10여개에 이르는 센터들이 협력을 통해 사업 전문화를 꾀하는 방법을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이는 센터에 맡길 일이 아니라 정부가 명확한 방침을 설정, 유도해야 한다. 센터들은 평가를 통해 예산을 차등 지급받고 있어 평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심사기준에 센터간 네트워크사업의 비중, 또 센터의 과거 사업을 비교한 질적 성장 등 비계량적 요소를 비중있게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