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명저>한비자

 -한비(韓非)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

 

 “지금 만일 명성만을 기준으로 해 인재를 등용한다면 신하는 군주를 떠나 아래에서 무리를 지을 것이고, 붕당(朋黨)을 근거로 해 벼슬아치를 임용한다면 백성들은 친교에만 힘을 기울일 뿐 법에 따라 등용되기를 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벼슬아치를 등용함에 있어 재능있는 자를 잃게 될 것이며, 따라서 그 나라는 어지러워질 것이다. 상을 좋아하고 벌을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므로 명성이 있다고 해서 상을 주고 비난을 받는다고 해 벌을 준다면, 공적인 행동을 내버려두고 사적인 방법만으로 몰래 결탁해 자기들끼리 서로 도울 것이다. 또 군주의 이익은 돌보지 않고 조정 밖에서 사적인 교류를 하며, 자기 패거리에 속한 사람만을 등용하려고 하면 신하의 군주에 대한 충성은 희박해질 것이다. 이런 자들은 교류가 넓고 따르는 사람들도 많아서 조정 안팎으로 여러 단체를 조직하므로 비록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죄를 은폐해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메모: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누누이 강조돼 왔건만 이 인사에 성공한 인물이나 조직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사람은 많건만 정작 찾는 사람은 없다는 ‘인물기근 현상’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땅덩이가 좁으니 인재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능력을 발휘할 기간이 보장되지 않고 한철 반짝하다 스러지기 일쑤여서 칩거도사들이 많아서인가.

 어쨌거나 예나 지금이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두어 활용하려는 인사권자의 시름은 깊다. 잘못하면 조직 자체가 거덜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볼 것이 있다. 오늘날 많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혹시 인사채용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중하위직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위직의 인재채용에 있어 검증시스템이 과연 믿을 만한지 의문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단지 명성에 의거해서 주변사람들의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나 인상, 특정 파당에 의존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어느 시대에나 자리에 연연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이들이 있기에 암암리에 ‘줄서기’ ‘줄찾기’의 행태는 오늘날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관계가 중시되는 네트워크의 시대에 인사의 공정성 확립이 더 큰 숙제가 되리라는 생각은 비단 한두 사람의 우려는 아니리라.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