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해부’
김진방 외 지음, 풀빛 펴냄.
국내 교수들과 국회 소속 연구관, 프랑스인 교수 등 국내외 학자 10명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지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운영원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제도, 그리고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로 ‘미국 자본주의 해부’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한국자본주의 발전모델의 대안적 전망“이라는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하의 협동연구과제 결과물이다.
현상적으로 볼 때 미국경제는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는 시장 중심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를 개혁의 기본정신으로 받아들여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에 비견되는 ‘신경제’를 구가하고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사회당-공산당-녹색당 연합의 중도 좌파가 집권하면서 미국식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항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걷는 듯 보이지만 이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 및 경제모델로서 수용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 해부’를 통해 저자들은 현대 미국경제를 ‘금융헤게모니 아래 금융화된 자본주의’로 단정한다. 지난 10여년간 전세계에서는 국가에 의한 개입주의적 발전모델이 ‘폐기처분’되는 가운데 시장 중심의 미국형 자본주의가 대안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저자들은 90년대 미국 장기호황의 성격과 구조, 복지제도, 기업지배구조, 금융시스템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이러한 미국경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20 대 80’이라는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로의 진입, 복지제도 후퇴, 혁신투자 취약, 장기적 발전을 위한 제도적 완충장치 미비 등 근본적인 한계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거시경제지표를 이용, 90년대 미국 경제호황이 ‘고주가-달러강세-낮은 실업률’의 호순환을 구가하는 금융화된 자본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호황국면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전 교수는 주주가치 극대화 원리와 자본시장 규율에 기초한 미국식 자본주의가 격심한 시스템 리스크와 다수 노동자 배제, 극단적 소득분배의 왜곡 때문에 장기적 발전을 위한 충분한 제도적 완충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송원근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미국의 정보통신산업 등 특정 산업 치중을 주목해 자동차산업 등 전통산업에 대한 투자유인 감소와 금융시장의 단기투자전략, 기업의 생산부문 투자 감소 등이 장기적으로 경제의 혁신 잠재력을 떨어뜨릴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밖에 프랑스 파리13대학 뱅자맹 코리아 교수와 파비엔 오르시 강사는 공동논문 ‘미국의 새로운 지적재산권 체계와 미국기업의 전략’에서 미국 모델이 새로운 모델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내적 모순 해결이 선결 요건임을 지적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