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글로 맛보는 `김치`의 모든것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너도나도 김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서구 기술을 이용해 우리 선조들이 옛날부터 김치를 담근 후 오랜 기간 보관해온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 업체들은 김치 맛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김치와 김칫독의 역사와 숙성원리 등에 대해선 소원한 감이 없지 않다.

 우선 김치의 어원은 상고 시대에 김치류를 총칭하는 말로서 소금에 절인 야채를 뜻하는 ‘침채’라는 말에서 찾는다. 침채란 단어가 오랜 세월 회자되면서 침채→딤채→김채→김치로 변화한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즐기는 형태의 김치 기원도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이용해 식품을 절이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것이 김치의 시작이었다. 한반도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과 각종 미네랄은 채소를 통해 섭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4계절이 뚜렷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다 한 겨울엔 채소를 재배도 못하고 먹을 수 없게 되자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게 되었고 이런 음식이 점차 발전해 지금의 김치가 된 것이다.

 김치의 숨은 비결은 역시 발효식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김치는 숙성의 과정을 거쳐 젖산균이 증가하면서 병원성 미생물을 살균하고, 채소류에 들어있는 당을 젖산으로 바꾸어 김치 맛을 산뜻하게 해준다. 양념에서 오는 맛과 미생물이 만든 맛이 어우러져 김치 특유의 맛이 형성된다.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학자들은 김치엔 30여종의 균이 살고 있고 이는 외부적 온도, 습도 등 정도에 따라 균의 비중이 달라진다고 전한다.

 김치의 젖산균은 5℃에서 50일까지 계속 증가,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 50일째 정도 숙성이 된 김치가 제일 맛있고, 영양분도 제일 풍부하다. 산도 역시 처음엔 pH 5.5∼5.8이다가 유기산이 많아지면서 최적의 숙성기에는 산도가 pH 4.2∼4.5에 이른다.

 이러한 젖산균을 이용해 바이오 벤처업체들은 바이오 김치를 개발하기도 한다. 바이오벤처업체 마이크로비아는 이미 숙성된 김치에서 잘 자라는 유산균의 일종인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드(Leuconostoc mesenteroides)’를 이용해 잘 익은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바이오 김치를 개발했다. 중국과 일본에도 채소의 소금 절임이나, 된장·간장에 담근 장아찌식 절임과 젖산발효 초기에 머무른 비교적 담백한 야채 절임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치처럼 식품의 다섯 가지 기본 맛에다 젓갈로 인한 단백한 맛과 발효향을 더하는, 일곱 가지 독특한 풍미를 갖춘 발효야채식품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역사기록에는 김장독에 관한 기록도 있다. 역사학자들은 통일신라 시대의 역사기록을 담고 있는 삼국사기 신문왕편를 보면 ‘혜’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지금의 김장독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실제 돌로 만든 김장독이 법주사경내 현존하고 있다.

 또 태종실록에 따르면 초겨울 배추와 무를 절여 저장한다는 침장고(沈藏庫) 라는 말이 나와 이 역시 전통의 김장독이라고 볼 수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