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치열한 기술개발 경쟁

 ‘김치맛으로 승부한다.’

 만도공조·대우전자·삼성전자·LG전자 등 대표적인 김치냉장고 업체들이 그간 치열하게 벌여왔던 김치냉장고의 ‘몸집 부풀리기’ 싸움에 이어 하반기 들어선 최고의 김치맛을 유지하는 기술 경쟁이 한창이다.

 일반 냉장고와 달리 김치 냉장고 특징이 김치의 장기 보관인 만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각 업체들은 땅속에서 김치를 보관할 때와 마찬가지로 김치 특유의 맛을 내는 기술 개발쪽으로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는 대형냉장고처럼 김치와 야채, 생선 등 여러 식품을 동시에 많이 보관할수 있는 초대형 용량의 제품도 세일링 포인트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김치냉장고 본래의 기능인 장기보관과 숙성을 제대로 발휘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즉, 땅속에 묻어놓은 우리 전통의 김장독처럼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맛있게 익은 김치을 오래 보존해주는 전통기술력이 제품의 승부처라고 업체들은 한결같이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도공조·대우전자·삼성전자·LG전자 등 김치냉장고 업체들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냉장온도 제어기술을 앞다퉈 개발, 상용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품 등을 냉동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기술과 상온 이하에서 장기 보관하고 저장하면서 김치를 숙성 발효시키는 기술 등을 적극 개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도에서 영하 1도 사이에서 김치를 숙성시키는 전통 김장독의 과학성을 현대 기술로 구현하기 위해 김치냉장고의 냉장 온도 편차를 1℃ 이내에서 유지하는 정밀한 온도제어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이는 온도 편차 1도의 과학적 메커니즘를 통해서 김치의 유기산도(pH)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숙성에 관여하는 유산균의 발효 작용을 억제하거나 활성화시킴으로써 소비자 입맛에 따라 새콤달콤한 김치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치를 장기간(4개월 이상) 보관하는 데 있어 김치냉장고의 보관온도가 높으면 1개월 이내에 김치가 쉬어버리고 너무 낮으면 김치가 얼어버려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도공조는 91년 저온숙성기술 개발에 착수해 95년부터 김치냉장고 ‘딤채’란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 저온냉장기술과 관련해 20여건의 국제특허 출원해 배타적인 권리를 확보해놓는 등 김치냉장고 기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땅속 김장독 김치맛을 원하는 광범위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김치냉장고 내부 저장실의 표면 자체를 냉각시키는 직접냉각 기술을 개발, 선보이고 있다.

 또 만도공조는 김치의 제맛을 내면서 숙성보관시키는 최적의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사내에서 1만접 이상의 김장김치를 담그는 등 10년간 경험을 DB화해 김치 숙성과 저장의 최적온도를 설정하는 ‘매트릭스 알고리듬’을 확보했다.

 특히 이러한 매트릭스 알고리듬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경쟁 업체들이 김치냉장고 ‘딤채’를 분해해 기술원리를 캐낸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오랜기간 축적된 경험은 결코 모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쿨링커버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김치냉장고 ‘다맛’에 적용, 하반기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은 잦은 도어 개폐로 온도 변화가 가장 심하게 일어나는 상부층의 온도 변화를 최소화해 김치냉장고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신개념의 냉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김치냉장고 도어 안쪽에 정밀한 상부온도센서를 추가로 달아 상부층 온도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도어측에 있는 쿨링커버가 냉축된 냉기를 아래로 재분산해 5면이 골고루 냉각되는 것으로 김치의 처음맛을 더욱 오래 유지시켜준다.

 LG전자도 지난 6월 냉기 공급장치인 냉기 토출구를 보관실 위쪽에 설치하는 ‘상부냉각 방식’ 기술을 개발하고 영하 0.5℃를 유지해주는 김치냉장고 ‘1124’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서랍식 문을 여닫을 때 발생하는 상부공간의 온도상승을 방지, 상하부의 온도차가 균일해져 김치맛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3단계 숙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방식은 타사가 채택하고 있는 단순한 숙성방식을 벗어나 실제 전통적인 방법으로 김치를 익혔을 때 김치 맛을 재현하는 기술로 정밀한 온도제어를 통해 ‘예비맛들이’ ‘맛들이’ ‘깊은 맛들이’ 등 3단계로 최적의 김치맛을 재현해주는 것이다.

 대우전자도 영하 1℃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대우전자는 최근 4개의 보관실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5웨이 밸브제어’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이 기술은 각 보관실마다 보관 식품에 맞는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작동과 작동멈춤을 각각 제어해준다. 이를 통해 온도 차이로 한쪽은 얼고 다른 한쪽은 물러지는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또 직접 냉각방식으로 냉기를 전달해 냉기가 빠르게 전달되고 식품이 보관실 내부에 들어오면 마이콤센서가 스스로 작동, 더욱 정밀하게 온도를 제어함으로써 냉기가 구석구석 전달되며 김치용기간의 냉기로를 따라 차가운 냉기가 흘러 최적의 온도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특히 도어완충 장치가 부착돼 냉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김치를 오랫동안 보관해도 처음 보관할 때의 맛을 그대로 유지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