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냉장고 형님, 죄송합니다

 김치냉장고가 ‘형님’격인 일반 냉장고의 판매량을 제치고 백색가전의 대표주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김장철 특수가 열리면 올해를 기점으로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 올 92만대로 예상되는 일반냉장고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도공조, LG전자, 삼성전자 등 주요업계에 따르면 김치냉장고 판매량은 96년 2만대, 97년 8만500대, 98년 25만대, 99년 55만1000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93만대를 기록해 일반 냉장고(110만대)와의 격차를 20만대 이내로 줄였다.

 올해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한다면 5년전 2만대 수준에 그쳤던 연간 판매량이 가전시장에 등장한 지 불과 6년만에 30배 가까이 확대되는 셈이다. 김치냉장고는 지난 95년 만도공조가 딤채 브랜드로 첫선을 보였다.

 따라서 양문여닫이 냉장고 판매량을 제외하면 김치냉장고 판매량은 톱마운트형인 올해 일반 냉장고의 예상 판매량 수준을 뛰어넘어 120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출 규모도 올해말까지 1조원대를 돌파함으로써 올해 예상되는 일반냉장고(9000억원)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용량화의 급진전으로 상반기 평균 판매단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어난 90만원선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도 신제품 출시로 가격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김치냉장고의 대용량화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단가가 80만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87만원까지 상승했으며 130L 이상의 모델이 전체판매량의 52.9%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치냉장고는 올해 백색가전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냉장고시장을 제치고 에어컨(1조2000억원대), TV(1조원대)와 함께 ‘3대 가전품목’에 오를 전망이다.

 즉 일반 냉장고 개념에서 파생, 상품화된 김치냉장고가 틈새상품이 아닌 주력제품으로 부각된 것이다.

 이처럼 김치냉장고가 가전시장에 등장한 지 불과 6년 만에 일반 냉장고를 제치고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백색가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은 여러가지 김치맛을 최적으로 맞춰 보관해 주는 상품 기능이 주부들의 기호도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올해말까지 김치냉장고의 보급률이 전체 1200만가구 가운데 25%를 차지해 김치냉장고의 수요가 증가 추세인 반면 일반 냉장고는 포화상태에 있어 성장률이 한자릿수를 맴돌아 부진한 상황이다.

 김치냉장고시장의 성장가능성과 김장철이 교차하는 이달 중순에 들어서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은 물론 중소업체들이 판촉활동을 강화,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치냉장고 특성상 상·하반기 판매비중은 25 대 75로 수요가 하반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김치냉장고를 놓고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120만대 1조원 규모의 김치냉장고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자 만도, 삼성, LG, 대우 등 제조업체는 물론 유통업체들도 판매확대를 위해 CF광고, 판촉행사 등을 앞다퉈 벌이기 시작, ‘가을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LG전자는 17일부터 21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2001년 광주김치대축제’ 행사에 단독으로 참여해 예상관람객 35만명을 대상으로 김치담그기, 제품시연, 사은품증정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를 시발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역별로 판촉행사를 벌여나간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도 김치냉장고 비교광고를 본격 전개한 데 이어 지난 8월 실시한 주부평가단 평가에서 호응을 받은 ‘콤비김장고진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현재 100L급 이하의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대체수요 확보를 위해 DM발송 등 고객접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저장고 상하부 온도 편차를 0.5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쿨링커버시스템의 특장점을 광고모델 최진실을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다맛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별 축제에 적극 참가하는 한편 주요 상권을 순회하는 판촉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만도공조도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나간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우선 지난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10일 딤채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는 고객 가운데 250명을 추첨해 현금 20만원을 돌려주는 ‘김장보너스 2억대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또 지난달 20일부터 영화배우 이미연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CF를 공중파TV를 통해 방영하기 시작했다.

 중소 김치냉장고 생산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예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하던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한성에너텍, 해피라인, 빌텍, 파세코 등의 업체들은 OEM생산 위주에 하반기들어 자체적인 김치냉장고 생산·판매체제를 갖추고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수산TV, CJ39쇼핑, SK디투디, 전자랜드21 등 유통업체들도 히트상품인 김치냉장고를 속속 자체브랜드(PB)로 개발, 출시하면서 김치냉장고 판매경쟁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자양판점 하이마트도 김치냉장고 판촉전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연말까지 50만원 이상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면 6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이 120만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 할부 범위를 김치냉장고 판매 촉진을 위해 확대한 것이다. 또 상반기 에어컨 고객을 대상으로 김치냉장고 DM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만도, 삼성, LG, 대우 등은 물론 중소업체 및 유통업체들이 다수 참여,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