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11)한국 전자책 문서표준의 의의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전자책(e북) 활용이 확산되면 e북 이용자는 책 한 권 크기의 e북 단말기를 갖고 다니면서 유선 또는 무선 방식으로 원하는 책의 내용을 언제 어디에서든지 받아볼 수 있게 된다. e북 콘텐츠만 잘 구축돼 있다면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리하게 원하는 책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종래 종이책에서는 가능하지 않던 오디오·애니메이션·비디오와 같은 동적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내가 원하는 즉시 e북 단말기를 통해 읽어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게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모든 e북 콘텐츠가 공유될 수 있는 표준 형식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또 e북 단말기의 뷰어나 리더가 동일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디스플레이해야 하며 문서 보안 및 관리 시스템이 통일된 방식으로 지원돼야 한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선결요건이 e북 콘텐츠 공유며, 이를 위해 e북의 문서표준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99년 OEB PS 문서표준을 제정했고, 일본에서도 99년 JepaX 라는 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OEB PS나 JepaX 모두 XML에 기반을 두고 제정됐으나 한국 실정에 가장 적합한 문서표준은 아니다.

 e북 표준의 바람직한 요건으로는 상호운영성·응용성·수용성·공개성·확장성·간결성 등을 들 수 있다. e북 문서의 논리적 구조가 명확히 정의돼 있고, e북 문서의 내용부분(콘텐츠 자체)과 출력 스타일 정보가 분리돼 있어야만 상호운영성과 응용성이 보장될 수 있다. 또 국내 출판 및 문서처리 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표준이어야 하고, e북 생성이 용이해야 한다. OEB PS나 JepaX 같은 외국 표준과의 호환성이 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6월 제정된 우리나라의 e북 문서표준인 ‘EBKS(eBook Korea Standard) 1.0’은 이런 요구사항을 지금까지의 어떤

표준보다 잘 만족하도록 설계됐다.

 지금까지 각 e북서비스업체마다 상이한 포맷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왔기 때문에 콘텐츠 공유는 물론 저작도구나 뷰어와 같은 소프트웨어 공유가 불가능했으나 e북 문서표준이 제정됨에 따라 콘텐츠 교환과 공유가 가능하게 됐고, e북 콘텐츠를 다른 활용 분야에서 재사용하는 것이 용이하게 됐다. 지금은 e북서비스업체가 직접 출판사로부터 콘텐츠를 얻어와 자체 포맷에 따라 e북을 제작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모든 종류의 책을 e북 문서표준에 따라 데이터베이스화해 e북서비스업체나 관련 업계에 제공하는 업체가 출현할 것이다. 문서표준이 자리잡아가면서 e북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이 형성되고 출판사뿐만 아니라 개인도 용이하게 e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e북 문서표준이 확정됐다고 해서 각 e북서비스업체가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리고 당장 표준 방식을 따를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콘텐츠 교환과 공유를 위해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e북업계가 영세해 좋은 표준과 기술을 받아들이기에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e북의 효용성과 시장성이 기대되는 만큼 표준 정착을 위해 국가와 e북업계가 다같이 노력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e북 활용 영역이 확장되고 관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e북의 문서표준도 이에 알맞게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수정돼야 한다. 둘째, 국내 문서표준에 맞게 제작된 e북 콘텐츠가 시장에 보다 많이 제공되도록 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의 개발 노력이나 국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문서표준을 지원하는 각종 e북 관련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쉽게 제공되는 여건이 마련되고, 소프트웨어의 공동개발 환경이 형성돼야 e북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윤철 EBK e북 표준제정위원장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