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서장철
93년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 졸업
95년 동 대학원 전기공학부 석사
2000년 동 대학원 전기공학부 박사
2001년 현재 LG산전 전력연구소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전력품질 문제=국내 전력시장은 정부 위주의 독점적인 상황에서 민간구조로 바뀌는 급변기를 맞고 있다.
지난 99년 1월 정부는 전력산업구조 개편안을 마련하였으며 2000년 12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경쟁적 전력시장이 출현한 상황이다.
전력산업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2002년까지는 발전경쟁시장을 운영하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도매경쟁시장을, 2009년부터는 소매경쟁시장을 운영한다. 2001년 현재는 기존 한국전력공사의 발전부분을 한국 수력원자력, 한국 남동발전, 한국 중부발전, 한국 서부발전, 한국 남부발전, 한국 동서발전 등 6개의 발전회사로 분할하여 운영하고 있는 발전경쟁시장 단계다.
이러한 전력시장의 경쟁 도입은 기존의 전력기기나 설비 분야에 국한해서 시행돼온 단순한 입찰경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으로, 전력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와 구조개편(Restructuring)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던 전력사업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경쟁적인 전력시장이 조성될 것이며, 전력산업구조와 전력사업환경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들이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전력가격, 즉 전기요금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와 전력시스템의 신뢰도 및 전력품질의 문제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의 발전 및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정보통신기기, 정밀제어기기, 사무자동화기기, 전산기기, 자동생산라인, 온라인 서비스기기 등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신뢰성을 갖춘 양질의 전력에 대한 수용가 측의 관심 및 요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품질의 문제는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전력의 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는 전력의 공급 신뢰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외란 등으로 인해 전압이 순간적으로 그 최저 허용범위를 벗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두번째로는 전압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서 전압의 순간 급상승(voltage swell), 고조파 문제(harmonics), 전압 불평형(voltage imbalance), 플리커(flicker) 그리고 서지(surge) 등 새로운 개념의 순시 전력품질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수용가측 설비의 회로와 전기적인 절연을 파괴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래 그림은 이와 같이 전력의 질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을 간단하게 나타낸 것이다.
그림1 참조
지금까지 전력회사는 정전을 최소화하려는, 즉 전력의 공급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정보통신기기, 정밀제어기기 등과 같이 전력의 질에 민감한 부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순시 전력품질 문제를 해결한 깨끗한 전기(clean power) 제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생산되는 제품의 질 저하라든지 중요한 산업시설의 정지 그리고 정보의 손실 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도 초래하게 된다.
전력품질 문제에 의한 사회, 경제적인 피해 비용을 설문자료 등에 의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해 보자.
우리나라의 계약전력 1,000㎾ 이상 대전력 수용가 약 4,600개소 중 약 1%에 해당하는 50개 수용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순시 전력품질 문제에 의해 연간 27억∼65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대전력 수용가 전체의 피해액을 추정하면 연간 2700억∼65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이다.
한편 93년 미국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 보고서에서는 많은 수용가에서 순시 전력품질 문제로 입은 피해액을 연간 260억달러(약 34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 후 전력전자장비가 급증했고 정보통신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력품질 관련 국내외 시장 동향=위와 같이 전력품질 문제에 의한 피해 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그 피해액이 증가 추세에 있으므로 수용가측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전력품질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력품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전력품질의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품질 분석의 가장 핵심이 되는 전력품질 측정기기(power quality meter)와 전력품질 측정기기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그 분석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현재 GE의 PQM, ABB의 알파플러스미터(AlphaPlusMeter), Dranetz-BMI의 8010 PQ Node 등은 배전반 등에 설치되는 형태로, Ametek의 RisACE4000, 레인저(Ranger)의 파워마스터6000(PowerMaster6000) 등은 휴대형으로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전력품질 문제 해결의 다음 단계는 전력품질 분석 데이터를 이용하여 배전 시스템의 특성을 해석, 진단하고 사고지점 판별, 전력 오염원 판별, 사고 파급 영향 분석 등을 수행하는 전력품질의 진단(diagnosis) 작업이다.
현재 이러한 전력품질 분석 및 진단과 관련하여서는 미국의 일렉트로텍(Electrotek)과 Dranetz-BMI가 선두업체라고 할 수 있다. 일렉트로텍은 전력품질 분석 및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고 Dranetz-BMI는 하드웨어 생산업체로 다양한 전력품질 측정 및 분석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두 업체는 업무 제휴 및 철저한 업무 분담을 통해 ‘시그너처시스템(signature system)’이라는 전력품질 분석 및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그림2 참조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시그너처시스템’은 먼저 데이터노드(DataNodes)로 명명된 전력품질 분석기기에서 전압 및 전류 등을 측정하여 이를 전력품질 관점에서 분석하고 측정 데이터 및 분석 결과를 인포노드(InfoNodes)라고 명명된 일종의 시스템 게이트웨이에 보낸다. 인포노드에서는 데이터노드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고 인포노드에 내장된 AnswerModules에서는 전력품질 문제의 원인을 찾고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수용가에서는 측정된 데이터 및 가공된 정보들을 일종의 웹 서버 역할을 하는 인포노드를 통해 인트라넷 및 인터넷 등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시그너처시스템’은 미국의 듀크에너지(Duke Energy), NREL(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TVA(Tennessee Valley Authority) 등 100여 곳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위와 같은 전력품질 분석 및 진단 결과는 전력품질 개선을 위한 해결책 제공에 이용된다. 전력품질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는 현재 지멘스, ABB, 웨스팅하우스 등에서 활발히 연구,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는 Custom Power 기기, 즉 DVR(Dynamic Voltage Restorer), DSTATCOM(Distribution Static Compensator), SSTS(Solid State Transfer Switch) 등이 있다. 이중 DVR은 배전선로에서 발생하는 고조파나 전압의 순간 급강하 또는 급상승으로부터 민감한 부하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DSTATCOM은 전압의 순간적인 급강하 또는 급상승 그리고 고조파를 유발하는 대용량의 변동 부하나 비선형 부하에 설치되어 배전선로를 보호한다.
그림 3은 Custom Power 배전 시스템의 구성예를 보여준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전력품질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고 미국의 파워퀄리티(Power Quality) 그룹에서는 2004년 북미의 전력품질 관련 시장을 80억달러(약 10조40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효성과 한국전기연구소에서 Custom Power 기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LG산전에서도 전력산업 지식 지주회사인 ‘전력과 사람’과 전력산업분야에 대한 전략적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품질 분석 및 진단 시스템, Custom Power 기기를 포함한 전력품질 향상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전력품질의 향상에 대한 체제적인 성과는 머지않아 구체화될 전망이다.